신입생 송은이X복학생 장항준…32년 만에 ‘오픈 더 도어’를 만들기까지 (종합)[DA:인터뷰]

입력 2023-10-25 14: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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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픈 더 도어’를 통해 감독, 제작자로 만난 장항준과 송은이가 이번에 함께 만들어 낸 영화의 의미에 대해 되짚었다. 또 두 사람이 영화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함께 작업한 소감을 전하며 서로를 향한 애정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장항준 감독과 송은이는 25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미디어랩 시소 사옥에서 영화 ‘오픈 더 도어’ 인터뷰를 진행해 기자들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날 장항준 감독은 제작자 송은이와 함께 영화를 만든 것에 대해 “정확히 햇수로 따지면 32년이 됐다. 송은이 대표가 신입생이었고 나는 복학생이었다. 예전부터 세상을 보는 가치관이 비슷했다. 일을 해결하는 방식도 비슷했고, 직업인으로서 송은이는 리스펙할 수밖에 없다. 같이 고민하고 의견을 모아서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친한 사람끼리 일을 안 하는 이유는, 좋을 때는 한없이 좋은 사람이 갈등이 발생했을 때 푸는 방식이 달라서 부딪히는 것 같다. 우리는 연애를 하는 건 아니지만, 오랫동안 알았고 작품 하는 와중에도 작품 이야기를 많이 해서 불편함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송은이는 “영화 촬영을 하면서 6차례 정도 싸웠다고 해야 재밌겠지만, 그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늘 문제가 생겨도 대화로 잘 이야기를 했다. 어차피 서로에게 큰 기대가 없다. 그런 게 없이 친하지만 담백한 관계이기 때문에 괜찮았다”라며 “첫 제작이지만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문제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상식 밖의 것은 감독님의 현장에서는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항상 그러시기 때문에 거기에 신뢰가 있었다. 내가 여기 숟가락을 얹어도 내가 가진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라고 장항준 감독에 대한 깊은 믿음을 표현했다.


그런 두 사람이 ‘오픈 더 도어’를 제작하면서 유일하게 바로 해결하지 못한 건 세트와 관련된 문제였다고. 장항준은 “유일하게 고민했던 게 세트였다. 내가 생각하는 미국의 주택 구조와는 너무 달라서, 국내에서 찾을 수 없어서 세트를 지어야 한다고 했다. 그게 억 단위로 올라가서, 만약 싸웠으면 거기서 싸웠을 텐데”라고 말했고, 이에 송은이는 “‘오빠가 봉준호 감독이야?’라고 하기보단, 다른 로케를 찾아보자고 했다. 몇 개를 제안해도 안 될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러면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장항준은 “김은희 씨나 송은이 씨나 나에게 같은 ‘은희(은이)’다. 두 사람이 싫다고 하는 건 이유가 있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자세가 깔려있다”라고 두 사람에 대한 믿음을 느끼게 했다.

장항준 감독이 이 시점에서 ‘오픈 더 도어’를 만들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장항준 감독은 “이 이야기는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한국 가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한국 가정에서도 일어날 수 있지만, 미국 교민 사회의 특수성이라는 게 있다. 이민자들은 이민 온 시기에 머물러있다. 미국 사회 와서 적응하고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고난과 고생이 있었을 거다. 이분들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건 가족이었을 거다. 가족의 끈끈함은 지금 한국 사회와는 다를 거다. 기대고, 또는 갈등을 일으키면서 극단적인 형태로 가는 것 같았다. 지금, 이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건, 모티브가 된 사건을 생각하면서 우리의 욕망들,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부딪힐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까였다. 연출 적으로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우리가 살면서 최소한 문을 만 번 이상씩은 열고 닫을 거다. 그리고 그 문의 숫자도 엄청날 거다. 어딜 가도. 이 문들은 우리의 인생의 선택의 문이기도 하다. 그 선택 자체가 내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열지 말았어야 하는 문이기도 하고, 열었어야 하는 문이기도 하다. 욕망의 문을 열었을 때 파멸의 길로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오픈 더 도어’에 참여한 배우들에 대해 묻자 장항준 감독은 “배우들은 연극 경험이 많은 배우들이다. 같이 고민을 했다. 어떤 심경이었을지 이야기를 했고, 리허설을 우리끼리 꽤 많이 했다. 제작비적인 측면에서 압박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회차가 많이 진행될 수 없었다. 그래서 배분을 해야 했는데, 그래서 배우들과 사전에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반응해 주길 바랐다. 대사가 틀려도 상관없다고 했다”라고 답했다.

송은이는 장항준 감독의 장점에 대해 묻자 “예능에 나오는 감독님을 좋아하시더라. 감독님이 셀럽으로서 이름을 알린 게 얼마 안 됐다. 예능을 잘하는 감독님이지만, 온전하게 성공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 반골 기질이 감독님에게 있는 것 같다. 기존의 작품에서 보지 않는 생각이나 그림을 보고 싶다는 팬들이 있다면, 그런 분들이 장항준 감독님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 요즘 보기 드문 감독님이 아닌가 싶다. 이야기꾼으로서는 어떻게 이야기를 던져야 관객이 재밌어하는지 너무 잘 아신다. 뭐가 재밌는지도 너무 잘 아시지만, 때로는 영화의 메시지에 충실하기 위해 다른 길로 가시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장항준 감독은 “둘 다 50대가 되니까, 그동안 직관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본 것 같다. 문을 나서는 순간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이야기를 많이 안 해본 것 같고, 그것이야말로 나이 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더 우리 입장에서는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 장르를 같이 하게 됐다. 그 점에 있어서는 관객의 심판을 기다리지만 후회는 없다.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서 그게 오늘날까지 내려온 게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영화 제작에 도전한 송은이는 “(영화 제작이) 재밌다. 잘 돼서 재밌다는 게 아니라, 이 과정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1차 목표는 개봉이었고, 2차 목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거다. 또 그사이에 있는 목표는 보시는 분들이 좋게 보셨으면 좋겠다는 거다. 너무 짧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겠다 싶다. 매일매일 사이트를 찾아본다. 그러고 있는 내가 재밌다. 감독님과 인터뷰를 하는 것도 웃기도 재밌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영화의 제목처럼, 장항준과 송은이가 함께 여는 문은 어떤 문일까. 이에 장항준 감독은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영화의 성격상 역순으로 가다 보면 우리의 시작도 있을 거다. 남산캠퍼스에서 만났을 때의 신입생 송은이와 복학생 장항준이 만났을 때를 지금 생각하면 행복하고 설렌다. 서로 앞날이 캄캄하다고 생각했던 두 사람이 이런 위치에서 세상에 콘텐츠를 내놓는다는 건 의미 있고 인생에서도 경험해 보지 못할 상황이었던 것 같다”라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오픈 더 도어’의 목표 중에 하나라고 언급된 손익분기점에 대해 묻자 장항준 감독은 “온전히 극장에서 손익분기점을 넘으면 좋겠다”라며 “손익분기점을 넘으면 더 신박한 이야기를 만들 거다. 손익분기점을 넘는다는 건 창작자들에게 그다음의 기회가 열리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 신박하고 더 생각지 못했던 재밌는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희망 사항을 말했다.

한편 ‘오픈 더 도어’는 미국 뉴저지 한인 세탁소 살인 사건 이후 7년, 비밀의 문을 열어버린 한 가족의 숨겨진 진실을 그린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다. 오늘(25일) 개봉.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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