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점대 ERA ‘반 토막’, 3할 타자 1.37배 증가…ABS가 만든 타고투저? [베이스볼 브레이크]

입력 2024-05-01 13: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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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시즌 KBO리그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자동투구판정 시스템(ABS)의 도입으로 과거와 다른 스트라이크존이 형성된 것이다. 도입 초기의 시행착오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일관성 있는 판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은 과거와 가장 큰 차이다. 황재균(KT 위즈)이 스트라이크 판정에 불만을 품고 헬멧을 던졌다가 퇴장 당하는 등 일부 소동에도 불구하고 10개 구단에 모두 같은 스트라이크존이 적용되니 심판과 선수가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일 일은 이제 없다. 선수들도 대체로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니 괜찮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데이터 상으로는 엄청난 변화가 감지된다. 잠시 사그라졌던 ‘타고투저’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4월까지 규정이닝을 채우면서 3점대 평균자책점(ERA)을 기록한 투수는 9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명보다 정확히 절반이 줄었다. 지난해 19명이었던 규정타석 3할 타자는 올해 26명으로 1.37배 늘었다. 지난해 4월까지 3.91이었던 리그 ERA는 올해 4.83으로 크게 악화됐고, 타율은 0.256에서 0.274로 수직 상승했다.

매 경기 같은 스트라이크존이 적용되니 이에 적응한 타자들의 공략이 한층 수월해졌다는 분석이다. 시즌 초반에는 제구에 어려움을 겪던 강속구 투수들이 강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타자들이 새로운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함에 따라 타고투저 양상이 뚜렷하다. 3월 0.271이었던 리그 평균 타율은 4월 0.275로 소폭이나마 상승했고, ERA는 3월 4.73에서 4월 4.87로 나빠졌다. ABS 도입에 앞서 “결국 타자들에게 유리할 것”이라던 투수들의 볼멘소리가 현실이 된 것이다.

KBO는 ABS 도입 이전 2010, 2017, 2022시즌 등 총 3차례 스트라이크존 확대를 추진한 바 있다. 타고투저의 바람이 거세게 불자 이를 중대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 때도 “타자들이 어떻게든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결국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진 못했다.

ABS의 경우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 타자들의 적응력이 과거 인위적인 스트라이크 확대 결정 때보다 더 빠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역대급’ 타고투저 시즌으로 평가받았던 2014년에도 4월까지 리그 평균 ERA는 4.68(타율 0.277)로 올해보다 낮았다. 2014시즌 최종 리그 평균 ERA는 5.21, 타율은 0.289였고, 규정타석 3할 타자는 무려 36명이나 쏟아졌다. 반면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3명 중 6명만이 3점대 ERA로 시즌을 마쳤다. 지금의 현상이 지속된다면 또 한번 ‘극강’의 타고투저 시즌이 되풀이될 수 있다.

올 시즌 경기당 홈런 역시 1.90개로 지난 시즌 전체 평균(1.28개)보다 1.48배나 증가했다. 이 또한 ABS에 적응한 타자들이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자신 있게 스윙하는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인구가 잘 날아간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지만, 1차(평균 반발계수 0.4208)와 2차(0.4149) 수시검사 결과 모두 KBO의 합격 기준(0.4034~0.4234)을 충족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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