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과 상동에선 자주 보고 싶지 않아요” 머리 짧게 자른 한동희, 롯데에 못다 전한 진심 [스토리 베이스볼]

입력 2024-06-09 17: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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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복무하는 동안 저희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저를 자주 보면 좋은 게 아니죠. 다들 1군에서 잘해야 좋죠.”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25)는 10일 논산훈련소에 입소한 뒤 5주간의 기초군사교육을 받고 국군체육부대(상무) 선수로 활약한다. 입영일을 하루 앞두고 머리를 짧게 자른 그는 9일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고교 3학년 시절 이후 이렇게 짧게 (머리를) 자른 게 아마도 처음인 것 같다. 홀로 미용실에 가 머리를 잘랐는데, 손으로 움켜쥐려고 해도 머리카락이 잡히지 않으니 어색한 기분도 든다”고 밝혔다.

1년 6개월여 동안 롯데를 떠나있자니 많은 감정이 교차한다. 경남고 시절 고교 최고 타자로 이름을 떨친 그는 2018년 1차지명을 받고 2020년부터 3연속시즌 두 자릿수 홈런에 2022년 규정타석 3할 타율(0.307)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뽐냈다. 올 시즌에는 부상과 부진 탓에 14경기에서 홈런 없이 타율 0.257, 3타점에 그쳤다. 한동희는 “팬들은 내가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늘 나를 기대해주셨다”며 “(입대 전) 목표를 이루는 모습을 다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도 크다”고 털어놓았다.


한동희는 전역 후에도 앞길이 창창한 20대다. 전역일은 2025년 12월 9일로, KBO리그에 복귀할 2026시즌에도 만 27세에 불과하다. ‘홈런왕’ 박병호(삼성 라이온즈)도 만 26세이던 2012년 처음 30홈런을 치며 KBO리그의 새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한동희는 “(이)대호 선배님도 ‘가서 너의 야구를 실컷 하고 오라. 실력을 잘 키우고 오면 된다. 갔다 와도 젊다’고 격려해줬다”며 “(입대하는) 이 선택이 곧 나를 업그레이드할 기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무하면서 그동안 정립해온 것들, 김태형 감독님께 배운 것을 토대로 야구하다 오겠다”고 다짐했다.

상무에 가도 퓨처스(2군)리그에서 롯데 동료들과 만날 기회가 많다. 덕분에 아주 떨어져 지내는 느낌은 아니지만, 한동희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상동(롯데 2군 훈련장)에 가면 친한 동료들이 많아서 보게 되겠지만, 사실 상동에선 보고 싶지 않다. 퓨처스리그이지 않은가. 롯데 선수들이 다들 1군에서 잘하면 좋겠다. 퓨처스리그에서 나를 자주 본다는 게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다. 매번 신인이나 새로운 선수가 계속 번갈아 뛰는 모습만 보고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1군과 퓨처스팀에 이미 잠재적 경쟁자들이 많은 상태지만, 롯데와 팀 동료들 모두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는 “(상무에서) 실력을 잘 키워 오겠다”며 “다녀와서는 가을야구도, 우승도 함께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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