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 ENM
군사용 실험견이라는 독특한 소재는 김 감독의 개인적 경험에서부터 시작됐다. 김 감독은 목포에서 서울까지의 도보 여행에서 맞닥뜨린 들개들을 보고 해당 아이템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체감상 한 20마리 정도 되는 들개들에게 쫓겼었는데 정말 너무 무서웠어요. 막대기로 위협해서 해결되는 수준이 아니었죠. 호랑이나 사자 같은 맹수도 아니고 일상적인 공간에서 우리에게 마주하게 된 개들이 이렇게 무섭나 싶었을 정도였어요. 이런 걸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죠.”
들개로 인해 느낀 공포를 일반적인 스릴러나 공포 장르로 담아내지 않은 이유는 이 개들이 마냥 ‘악의 존재’로 비치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다.
“제가 만났던 들개들도 한때는 누군가의 반려견이었을 거잖아요. 이 개들도 일종의 재난을 당한 거로 생각했어요. 영화에서도 이 실험견은 자신이 원하지 않은 실험이라는 재난을 당한 존재예요. 이들 또한 이 재난에서 탈출하고 싶은 존재라 생각했죠. 만약 이 실험견을 공포 장르 안에서 그렸으면 마냥 잔혹한 존재로만 비쳤을 거예요.”
영화는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세계 무대에 먼저 선을 보였다. 김 감독은 당시 관객들의 반응을 피드백해 상영 시간을 5분가량 줄이고 재난영화의 가장 약점으로 꼽히는 신파, 일종의 감정 과잉 장면을 최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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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능청스러운 캐릭터인 레커차 기사 조박 역을 맡아 영화의 유머 대부분을 담당하는 주지훈의 ‘반전 매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키 크고 잘 생기고, 사실 처음 봤을 땐 어려워 보이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굉장히 털털하고 수다스러운 사람이에요. 시나리오를 본 주지훈 씨가 ‘조박도 좋고 다른 캐릭터도 좋고 전 다 할 수 있어요’라고 했어요. 처음에는 (코믹 캐릭터인) 조박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나 싶었어요. 하하! 그런데 오히려 자신이 더 열정적으로 캐릭터에 대한 아이디어를 더 많이 내고 열정적으로 임했어요. 하하!”
영화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 이선균의 유작으로도 알려져 있다. 고인은 전체적인 극을 이끄는 사람은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 정원 역을 맡았다. 김 감독은 고인이 떠난 후 이번 영화를 선보이게 돼 안타까워했다.
“조심스러웠던 게 사실이에요. 걱정이 컸죠. 그런데 VIP 시사회를 마치고 무대 인사를 하러 상영관에 들어갔는데 나눔재단에서 온 청소년들이 환호성을 질러 주더라고요. 다행이다 싶었어요. (이)선균이 형도 자신으로 인해서 너무 조심스러워만 하는 상황을 바라지 않았을 걸로 생각해요. 형을 위해서라도 이 작품을 더욱 잘 선보이고 싶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