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리 조나탄이 17일 김포솔터축구장에서 열린 김포와 ‘하나은행 코리아컵 2024’ 8강전 원정경기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장맛비 속에 제주 유나이티드를 4강으로 이끈 주인공은 유리 조나탄(브라질)이었다.
제주는 17일 김포솔터축구장에서 벌어진 김포FC와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8강전에서 1-0으로 이겼다. 후반 추가시간 유리의 헤더 결승골이 승부를 갈랐다.
전력상 K리그1 제주가 K리그2 김포보다 앞섰다. 제주는 구자철, 김정민 등 패스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선발로 내세워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이고자 했다. 김학범 제주 감독은 이들을 중심으로 중앙에서 최대한 많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가려고 했다.
변수는 장대비였다. 경기 시작 전부터 강한 비가 쏟아져 정상적 플레이가 어려웠다. 경기장은 배수가 잘 되지 않아 곳곳에 물이 고여 웅덩이가 생기기도 했다. 선수들이 몸을 풀 때도 공이 제대로 나아가지 않았다.
패스 플레이를 추구했던 김 감독은 걱정이 앞섰다. 킥오프 직전 취재진과 만나 “오늘은 경기 계획이 큰 의미가 없다.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다. 그저 아무도 다치지 않고 끝나면 좋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체력 문제도 이겨내야 했다. 13일 포항 스틸러스와 K리그1 23라운드 홈경기(2-1 승)를 기분 좋게 마쳤지만, 빡빡한 경기를 벌이며 주전들의 체력 소모가 심했다. 포항전에서 득점했던 브라질 공격수 헤이스와 유리는 김포전을 벤치에서 출발했다.
상대는 16강전에서 전북 현대를 1-0으로 꺾은 김포였다. 고정운 김포 감독은 열세를 인정하면서도 투지를 불태웠다. “제주가 우리보다 체력과 기술 모두 앞선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강조했다. 프로선수는 운동장에서 보여줘야 한다. 코칭스태프한테 반항하는 모습이라도 말이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공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상황이라 짧은 패스를 활용한 공격전술은 무의미했다. 그 대신 양 팀은 초반부터 몸으로 강하게 부딪치며 육탄전을 벌였다.
오히려 김포의 공격이 더 날카로웠다. 이환희, 서보민을 앞세워 중앙에서 많이 뛰는 축구를 펼쳤고, 제주 미드필더들을 압박했다. 그리고 루이스(브라질)를 필두로 한 빠른 역습으로 좋은 장면을 수차례 연출했다. 그러나 스트라이커의 결정력이 승부를 갈랐다. 김포의 공격을 연이어 막아낸 제주는 후반 추가시간 유리의 헤더골로 승리를 거머쥐며 2년 연속 코리아컵 4강 진출에 성공했다.
김포|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