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못한 ‘금빛 레이스’ 이거 실화냐? 韓 사격, 샤토루에서 울린 부활의 총성

입력 2024-08-04 14: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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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인이 3일(한국시간) 샤토루사격장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여자 25m 권총에서 우승한 뒤 금메달을 들어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샤토루(프랑스)|뉴시스

양지인이 3일(한국시간) 샤토루사격장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여자 25m 권총에서 우승한 뒤 금메달을 들어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샤토루(프랑스)|뉴시스



한국사격이 ‘효자종목’으로 돌아왔다.

여자권총 에이스 양지인(21·한국체대)이 3일(한국시간) 샤토루사격장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총점 37점을 쏜 뒤 슛오프에서 개최국 프랑스의 카미유 예드제예스키를 누르고 정상에 우뚝 섰다. 이번 대회 한국사격의 3번째 금메달이다.

이로써 한국사격은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이던 2012년 런던대회(금3·은2)와 동률을 이뤘고, 25m 권총 금메달 역시 런던대회 김장미 이후 12년 만이다. 25m 권총은 올림픽에서 여자부만 치르는 종목으로 본선에서 완사·급사 합산점수로 상위 8명만 결선에 올라 메달을 다툰다.

양지인은 전날(2일) 완사·급사 합계 586점으로 전체 6위로 결선에 올랐다. 반면 함께 나선 김예지(임실군청)는 급사 한 발을 시간 내 쏘지 못해 0점 처리돼 합계 575점으로 탈락했다.

급사로만 진행된 결선 초반까지 양지인의 레이스는 비교적 순조로웠으나 막판 예드제예스키에게 따라잡혔다. 슛오프에서 양지인이 돋보였다. 예드제예스키가 1발에 그친 반면 침착하게 4발을 명중시켜 포디움 꼭대기에 섰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양지인은 “정말 힘겨운 훈련을 했다. 그냥 무너질 수 없었다. 무섭고 떨렸지만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활짝 웃었다.

한국사격은 ‘위기의 시대’를 지나고 있었다. 황금기를 이끈 간판 진종오(금4·은2)가 은퇴한 후 쇠퇴하고 있었다. 오랜 기간 사격을 후원한 한화까지 지난해 손을 떼면서 부정적 전망이 가득했다.

하지만 한국사격은 좌절하지 않았다. 국가대표 선발 방식을 크게 수정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결선에 강한 선수들을 중용했다. 올림픽 사격은 2016리우데자네이루대회부터 결선에서 낮은 점수를 얻은 선수들부터 떨어트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양지인도 급사에 특히 강했다.

훈련 과정은 혹독했다. 1959년생 사격대표팀 장갑석 총감독은 훈련부터 올림픽 경기시간에 맞춰 진행했고, 훈련 중에는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휴대폰과 커피를 금지했다. 소문난 애주가인 장 감독 자신도 올림픽 종료까지 금주를 선언하며 선수들을 이끌었다.

꾸준한 국제대회 참가도 큰 도움이 됐다. 3년 전 2020도쿄올림픽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국제교류 없이 곧장 본 무대로 향했다가 낭패를 봤다. 이번에는 달랐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당겼고, 대회 개막 보름 전 프랑스에 입성해 빠르게 적응을 마쳤다.

전략이 통했다. 사격 종목 첫날부터 혼성 10m 공기소총에서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이 은메달을 합작했고, 오예진(IBK기업은행·여자 10m 공기권총)과 반효진(대구체고·여자 10m 공기소총)이 잇달아 금맥을 캤다. 이어 김예지가 여자 10m 공기권총 은메달을 땄고, 양지인까지 깜짝 금메달로 가세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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