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쓸데 없는 韓양궁 걱정…“누가 우리더러 최약체라고 했나?”

대한양궁협회장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이 4일(한국시간) 2024파리올림픽 개인전 우승과 함께 대회 3관왕에 오른 남자양궁대표팀 김우진(왼쪽)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 | 대한양궁협회

한국양궁은 걱정할 이유도 근거도 없다. 잠시뿐이었지만 ‘역대 최약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던 양궁국가대표팀은 2024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싹쓸이하며 또 다시 세상을 호령했다.

남녀 단체전과 혼성전, 여자 개인전을 제패한 태극궁사들의 금빛 퍼레이드에 방점을 찍은 이는 김우진(32·청주시청)이었다. 4일(한국시간) 레쟁발리드양궁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래디 엘리슨(미국)을 슛오프 접전 끝에 6-5(27-29 28-24 27-29 29-27 30-30 10-10)로 따돌리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나란히 10점을 쏜 슛오프에서 김우진의 화살은 중앙까지 거리가 55.8㎜, 엘리슨의 화살은 60.7㎜이었다. 딱 4.9㎜가 메달색을 갈랐다.

이로써 김우진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자’가 됐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2020도쿄올림픽에서 남자단체전 정상을 밟은 그는 파리에서 단체전과 혼성전 우승에 성공했다. 이후 유일한 아쉬움이던 개인전 금메달까지 손에 넣으면서 완벽한 커리어를 완성했다.

함께 혼성전을 평정한 임시현(21·한국체대)과 올림픽 3관왕이 돼 의미를 더했다. 올림픽 단일대회 양궁 3관왕은 도쿄 대회 안산(23·광주은행)~임시현에 이은 3번째이고 남자선수는 이번이 최초다.

파리올림픽 3관왕에 성공한 뒤 환호하는 김우진. 파리 | 뉴시스

세계양궁연맹(WA)은 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대회를 모두 평정하면서 ‘양궁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거머쥔 김우진을 향해 “역사상 최고의 선수(The greatest of all time)”라는 짧고 굵은 평을 남겼다.

금메달만 5개를 수확해 사격 진종오(금4·은2), 양궁 김수녕(금4·은1·동1), 쇼트트랙 전이경(금4·동1)을 넘어 한국 올림픽 최다 금메달리스트가 된 김우진도 “축구의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나랑 엘리슨은 양궁의 G.O.A.T(Greatest Of All Time·역사상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메달 7개(금5·은1·동1)를 휩쓴 한국양궁도 한껏 날아올랐다. 올림픽 금메달 독식은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이후 8년 만이자 두 번째인데 당시엔 혼성전이 없었다. 도쿄 대회부터 혼성전이 열렸지만 남자 개인전에서 우승을 놓쳐 금메달 4개로 마무리했다.

사실 파리올림픽에서의 전망은 밝지 않았다. 일각에선 여자단체전과 혼성전에서만 금메달을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이지만 그만큼 각국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실패는 없었다. 무엇보다 ‘실력 우선’이란 기본을 지켰다. 올림픽 메달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내부경쟁이 치열하다. 이를 극복한 선수들이 현재 대표팀 멤버다. 매년 새롭게 출발하고 동등한 기회가 주어진다. 김우진과 임시현도 내년이면 원점에서 시작한다. 2028LA올림픽 출전을 기약할 수 없다.

정의선 대한양궁협회 회장(54)을 중심으로 한 현대자동차그룹의 물샐틈 없는 지원도 큰 역할을 했다. 1985년부터 함께 한 현대차의 정성어린 도움으로 양궁대표팀은 최고의 환경에서 실전을 준비할 수 있었다.

선수들에게 한없이 다정한 ‘키다리 아저씨’ 정 회장이 직접 챙긴 결과 진천선수촌에는 레장발리드양궁장이 그대로 재현됐고, 올림픽 현장의 음향과 바람 등 여러 변수에 적응하기 위해 K리그 경기장과 남한강 등 다양한 곳에서 특수 훈련도 진행했다. 파리 현장에는 양궁대표팀이 이동과 식사 걱정 없이 완벽한 컨디션을 유지하게끔 전용 휴게공간도 마련했다. 한국양궁의 성공에 우연은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