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이 경기 종료 휘슬을 불자 스위스 선수들의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 역시 충격에 휩싸인 듯 멍하니 그라운드에 누워 일어날 줄 모르는 선수들만 쳐다보고 있었다. 개최국 스위스가 터키에 패하며 이번 대회 가장 먼저 8강 진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스위스는 12일(한국시간) 새벽 바젤 상크트 야콥 파크에서 열린 유로2008 A조 2차전에서 후반 인저리 타임 터키의 아르다 투란에게 결승골을 헌납하며 1-2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스위스는 조별 예선에서 0승 2패(승점 0점)를 기록, 조 최하위로 떨어지며 남은 포르투갈전에 상관없이 예선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 승부였다. 패배는 곧 탈락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결국 승리의 여신은 스위스가 아닌 터키에 웃음을 지었다. 선취골은 스위스의 몫이었다. 전반 31분 아크 오른쪽에서 에렌 데르디요크가 땅볼 크로스를 문전으로 연결, 쇄도하던 하칸 야킨이 터키의 빈 골문으로 여유 있게 밀어 넣은 것. 기세를 올린 스위스는 2분 뒤 야킨이 발론 베라미의 크로스를 왼발슛으로 연결했지만, 아쉽게 골포스트를 벗어나 추가골에 실패했다. 반면 스위스의 거친 플레이에 전반 내내 고전하던 터키는 후반 시작과 함께 2007-08 터키 리그 득점왕 세미 센튀르크와 미드필더 메흐메트 토팔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공격력을 강화한 터키는 후반 11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카흐베치 니하트의 왼쪽 측면 크로스를 센투르크가 공중으로 껑충 솟구쳐 올라 헤딩슛으로 동점골을 뽑아낸 것. 파티 테림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한 순간이었다. 이후 경기 전부터 내린 강한 비 때문에 두 팀은 정상적인 경기 운영이 힘든 상황이었고, 자연스레 소득 없는 공방으로 이어졌다. 양 팀 선수들이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 지으려던 후반 인저리 타임, 터키의 극적인 역전골이 터졌다. 아크 서클 왼쪽에서 터키의 아르다가 날린 슈팅이 상대 수비수 몸에 맞고 굴절되면서 스위스 골키퍼 머리 위로 살짝 넘어가 골망을 흔들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스위스는 추가시간 4분 동안 파상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떨어진 체력과 터키 선수들의 몸을 던지는 투혼에 결국 골문을 열지 못하고 예선 탈락의 쓰라린 아픔을 맛봤다.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