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측면에서 프로구단은 일반조직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선수단이라는 생산라인을 보유한 조직이라는 점이다. 제조회사라면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겠지만 프로구단에서 경기를 만드는 이 라인은 품질 관리가 어렵고 제품표준화는 아예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경기의 생산공정과 품질 관리를 책임지는 ‘감독’이라는 직책이 있다는 점이다. 프로구단의 감독은 일반제조회사의 책임자와는 맡는 업무가 상당히 다르게 마련이다. 그리고 선수단은 경기를 만든다는 가장 중요한 라인답게 전체예산 중 가장 많은 돈이 투입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몇 가지 특성 때문에 조직이라면 으레 존재하는 갈등도 일반조직에서는 볼 수 없는 유형이 프로구단에서는 나타나기도 한다. 일반조직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프로구단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유형이 바로 감독과 프런트 책임자간의 갈등이다. 일반조직에서는 아무리 생산라인에 오래 근무한 공장장이라도 사장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소한 의견차 발생 수준에 그치게 되지만 프로구단에서는 조직의 특성상 증폭될 소지가 다분하다. 그래서 역사가 긴 프로리그의 구단들은 대개가 감독의 역할 즉, 감독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와 의무를 명확히 해놓고 갈등이 발생할 여지를 좁혀놓고 있다. 선수기용, 경기 중 작전 등 감독 고유의 영역은 논외다. 그런데 프로구단이라는 조직의 특성 때문에 선긋기가 애매한 영역 딱 한군데가 바로 선수스카우트 분야다. 100년 역사의 미국 프로구단은 스카우트 업무는 전담부서가 전적으로 책임지지만 100년 역사를 가진 유럽 축구단의 감독들은 아직도 스카우트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다.
‘주어진 전력으로 최선을 다하는 게 감독의 역할’로 굳어진 미국 프로구단과 ‘베스트 전력을 구축하려면 선수 뽑는 것도 감독 역할의 일부’라는 유럽 축구단 중 어느 쪽이 바람직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미국 프로구단에서는 팀 성적이 나쁘면 단장이 잘리는 경우가 있고 유럽 명문 축구단에서는 거의 감독이 잘린다. 책임 소재 구분이 애매한 영역에도 행사할 수 있는 권한 만큼 책임도 따라가게 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갈등 여지를 줄여놓은 셈이다.
짧은 역사지만 국내 프로구단들도 나름대로 감독과 프런트의 업무영역을 구분해놓고 있는데 스카우트 분야는 애매하게 남겨놓은 구단들이 있다. 시즌이 끝날 때쯤이면 특히 성적 나쁜 구단에서 흔히 발생하는 이 분야의 갈등이 커질 것 같으면 한쪽 길을 확실히 택할 필요가 있다.
정희윤 스포츠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