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없는안방극장…방송가막말·막장판친다

입력 2009-02-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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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에 ‘막말’과 ‘막장’이 범람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는 연예인들의 막말과 독설이 난무하고 드라마에서는 자극적인 소재와 신파극을 방불케 하는 억지 설정이 넘친다. 선정적인 발언과 설정이 넘칠수록 시청률이 반응하는 탓에 TV는 경쟁적으로 ‘막말’과 ‘막장’을 권장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편집 있으나마나 요즘 예능 프로그램엔 녹화방송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비속어와 반말이 자주 나온다. 상대를 향한 인신공격에서 개인사를 들추는 독설이 판친다. 심지어 때로는 욕설까지 그대로 전파를 탄다. 녹화 이후 제작진의 편집은 방송시간에 맞춰 분량을 줄이는 것 외에는 별다른 여과작용이 없다. 최근 KBS 2TV ‘상상플러스3’에서는 진행자 신정환이 상대 출연자를 향해 내뱉은 욕설이 그대로 방송돼 논란을 일으켰다. 제작진은 “편집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녹화 도중 오가는 막말이 얼마나 허술하게 걸러지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라디오스타)과 ‘명랑히어로’는 막말 방송의 대표로 꼽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황금어장’은 2008년 방송 중 100회 이상 비속어와 반말이 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명랑히어로’의 경우 지난해 10월 방송한 2회 동안 무려 280회의 반말과 비속어가 나왔다. 허를 찌르는 독설로 스타덤에 오른 김구라의 거친 발언도 도를 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성적소수자 비하 발언(‘명랑히어로’ 1월17일 방송)으로 논란에 휩싸였고, 이어 인신모독성 발언(‘라디오스타’ 1월28일 방송)으로 시청자들로부터 사과 요구를 받기도 했다. 더구나 제작진은 이런 막말을 거르기는커녕 오히려 자막으로 처리해 확대재생산한다. ○거꾸로 가는 드라마 SBS 일일극 ‘아내의 유혹’(극본 김순옥·연출 오세강)이 막장드라마의 대표주자로 손꼽히지만 사실 구태의연한 소재로 시대를 역행하는 드라마는 이 외에도 많다. MBC 일일극 ‘사랑해 울지마’(극본 박정란·연출 김사현), 아침극 ‘하얀 거짓말’(극본 조은정·연출 배한천), KBS 2TV 주말극 ‘내 사랑 금지옥엽’(극본 박현주·연출 전창근)은 여주인공의 혼전 임신을 통해 떠난 연인의 발목을 잡는 등의 구식 소재가 나온다. 임신을 계기로 삼각, 사각관계로 얽히기 일쑤이고 심한 경우 ‘사랑해 울지마’의 이정진처럼 혼전부터 엄마가 다른 두 명의 아이가 생기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맞는다. ‘하얀 거짓말’에서 신은경은 옛 연인 김유석의 아이를 낳고도 김유석의 동생과 결혼한다. ‘내 사랑 금지옥엽’에서는 혼전 임심한 채 주위를 속이고 홀로 아이를 낳으려는 주인공(홍아름)이 갈등을 조장하기도 한다.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혼전 임신 설정은 과거에도 종종 나왔지만 요즘에는 은연 중 ‘낙태’를 강요해 더 큰 문제”라며 “자극적인 설정일수록 시청률이 반응해 제작하는 입장에서 유혹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랑해 울지마’는 반복되는 혼전 임신이 나오자 한 자릿수이던 시청률이 13∼14%대(TNS미디어코리아 집계)로 상승했다. ‘하얀 거짓말’ 역시 아침극 경쟁에서 1위로 올라서며 15%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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