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만든 코끼리, ‘황금산’ 매력에 풍덩 [김재범 기자의 투얼로지]

입력 2022-09-23 1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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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서산 황금산 몽돌해변에 있는 코끼리바위, 가을을 대표하는 태안 청산수목원의 명물인 팜파스그래스, 충남 4대 사찰 중 하나인 서산 운산면의 개심사, 황금산 등산로에서 만난 뭍게. 서산·태안|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같은 바다, 다른 매력의 서산과 태안을 가다

황금산에 사는 ‘뭍게’ 자연학습 저절로
개심사 마애여래삼존상의 자태에 감탄
태안 태배길 바다 뷰와 솔 향기 동시에
청산수목원 팜파스그래스 인증샷 인기
한려수도 못지않은 아기자기한 해안선, 수평선에 점점이 흩어진 크고 작은 섬들. 어디서 봐도 늘 황홀한 낙조, 그리고 대하와 꽃게로 대표되는 해산물.

충남 서해안 여행은 언제가도 볼거리, 먹을거리가 넉넉해 즐겁다. 그중 사이좋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해를 바라보는 두 고장, 서산과 태안은 가을 서해여행에서 ‘1티어’로 꼽을 지역이다. 앞서 언급한 자연 풍광과 식도락 외에 유서 깊은 고찰과 국보급 문화재, 이국적인 가을 정취의 수목원까지 여행테마가 풍성하기 때문이다.


●황금산 코끼리 바위와 뭍게

서산9경 중 7경인 황금산은 해발 156m로 그리 높지 않다. 중간 중간 살짝 가파르고 돌로 된 구간이 있기는 해도 등산로가 전반적으로 평탄해 아이들과도 함께 갈 수 있다. 약 30여분 정도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걸으며 ‘땀 좀 나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눈앞으로 서해 바다가 활짝 펼쳐진다. 해변은 모래가 아닌 굵직한 몽돌로 이루어졌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코끼리 바위. 서해를 바라보며 거대한 코끼리가 뒷다리를 접고 앉은 모양새다. 산에는 이름처럼 예전 금을 캐던 광산의 흔적이 남은 2개의 동굴도 있다.

황금산 나들이에 등산로 주변을 자세히 보면 작은 구멍들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독특하게 산에서 사는 ‘뭍게(뭇게)’의 집이다. 빨간 집게가 인상적인 작은 게로 인기척이 나면 수풀이나 구멍으로 숨는다. 아이들에겐 꽤 재미있는 자연학습이 될 수 있다.

운산면의 개심사는 충남 4대 사찰 중 하나다. 백제 의자왕 시절인 654년에 창건했으나 현재 대웅전 기단을 제외한 건물들은 조선 성종 때 산불로 소실된 것을 중건한 것이다. 규모가 큰 사찰은 아니지만 세월의 자취가 곱게 내려앉은 절집의 자태가 우아하다. 기둥을 반듯하게 다듬지 않고 연륜이 담긴 구불구불한 모습을 그대로 살려 사용한 것도 인상적이다.

절벽에 불상을 새긴 마애불은 여러 여행지에서 만날 수 있는 불교 유적이다. 그중 인지도로만 따진다면 이곳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이 으뜸이다. 국보 제84호인 마애여래삼존상은 백제시대 만들어졌다. 부처를 중심으로 좌우에 보살입상과 반가사유상이 배치된 특이한 삼존 형식이다. ‘백제의 미소’라고 불리는 불상의 모습은 보는 방향과 시간에 따라 다른데, 아침 햇살이 얼굴에 비칠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이국적 가을정취, 팜파스그래스

태안은 아직도 우리 기억에 생생한 기름유출사고의 아픔을 겪은 고장이다. 지역민들의 많은 노력과 희생 덕분에 지금은 다시 맑은 파도가 치는 해안을 되찾을 수 있었다. 현재 오밀조밀하게 이어진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풍광과 생태계를 즐길 수 있는 태안해안국립공원이 있다.

그중 북쪽에 있는 해변길 2코스, 태배길은 과거 방제작업을 했던 방제로의 시작점에서 출발하는 언덕길이다. 약 1.1km로 길지는 않지만 해변을 바라보는 숲길을 걸으면서 바다 경치와 솔향기를 느낄 수 있다. 언덕 정상의 전망대는 예전 바다를 경계하던 군초소 건물을 개조한 것이라 이채롭다. 이곳에 올라서면 멀리 신두리 해변과 신두리 사구를 볼 수 있다. 전망대 인근 신너루 해변은 완만하게 굽어진 바닷길을 따라 한가롭게 산책하기 좋다.

남면의 청산수목원은 태안에서 이국적인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10만m²로 제법 규모가 큰 민간 수목원인데 황금삼나무, 홍가시나무, 부처꽃, 앵초, 창포, 부들 같은 수목과 야생화 600여 종을 볼 수 있다. 요즘 이곳을 찾는다면 서양 억새로 불리는 팜파스그래스가 만개하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원산지인 팜파스그래스는 어른 키를 훌쩍 넘는 높이에 바람을 타고 하늘거리는 은백색 꽃무리가 특징이다. 8월에 꽃이 피기 시작해 9, 10월에 절정을 이루는데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넘실대는 모습이 몽환적인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가을 태안여행길의 인증샷으론 1순위급이다. 단, 사진을 찍을 때는 팜파스그래스가 워낙 조밀하고 높이가 높아 일반 사진보다 꽤 밑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찍는 것이 포인트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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