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선수 의존도 줄인다”…IBK기업은행 ‘토털 배구’ 개봉 박두 [V리그 개막 특집]

입력 2022-10-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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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 감독, 외인 의존형 배구는 No
공격수 5명이 점유율 나누는 게 핵심
아웃사이드 히터는 표승주가 중심에
아포짓 스파이커 김희진 리시브 보강
김하경·육서영 새 시즌 역할도 중요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초반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2020도쿄올림픽 4강 주역인 김수지(35), 김희진(31), 표승주(30) 등 쟁쟁한 멤버를 보유하고도 부진을 거듭했다. 게다가 기대에 못 미친 외국인선수는 조기에 교체됐다. 연패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가운데 감독과 단장이 동시에 경질됐다. 소방수는 김호철 감독(67)이었다. 김 감독은 노련했다. 단시간에 흩어진 선수들을 한데 모았다. 팀은 조금씩 상승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상위권 진입은 힘들었다. 5위로 마감하며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토털 배구와 체력훈련

김 감독은 “창단하면서 좋은 선수들을 많이 보유한 구단이지만, 지난 시즌 와서 보니 아쉬운 게 많았다. 특히 자기 포지션에서 전문적인 선수가 거의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꾸준한 선수육성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훈련을 통해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찾고, 그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팀을 구하는 길”이라고 결론 내렸다.

김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토털 배구’다. 모두가 협력해 점수를 얻는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특히 외국인선수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배구를 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국내선수들이 제 몫을 해줘야 가능하다. 김 감독은 “세터를 뺀 공격수 5명이 점유율을 나눠 갖는 것이다. 외국인을 포함해 좌우 공격수가 20%씩 가져가고, 미들블로커(센터)도 속공 등으로 공격을 도와야 한다. 그러면 공격 방향은 전체적으로 고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걱정하는 것은 ‘체력’이다. 전체가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뛴다는 의미다. 결국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토털 배구는 무용지물이다. 김 감독이 비시즌 동안 힘든 산악훈련을 실시하는 등 선수들의 체력강화에 열을 올린 이유다.



●다양한 전술과 선수 구성

이번 시즌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는 표승주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신체조건(180㎝)을 타고난 육서영(21), 수비와 블로킹이 탄탄한 김주향(23), 그리고 고른 활약이 기대되는 박민지(23)가 번갈아 투입된다.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는 아나스타샤(33·아제르바이잔/러시아)와 김희진이 책임진다. 둘 다 좌우 공격이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다. 김희진은 미들블로커도 가능하다.

김희진은 최근 리시브 훈련을 소화하며 쓰임새를 넓혀가고 있다. 김 감독은 “전적으로 오른쪽 자리를 맡긴다면 외국인처럼 많이 때려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리시브 훈련을 하면서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도 기여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한다”며 “그렇다고 포지션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단지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아나스타샤는 리시브 능력이 조금 떨어진다. 김 감독은 “V리그는 외국인 농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터는 국가대표 김하경(26)이 주전으로 나선다. 5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한 이솔아(24), 토스 구질이 좋은 이진(21)이 뒤를 받친다. 리베로는 경험이 풍부한 신연경(28)과 파이팅이 강점인 김수빈(20)이 맡는다.

미들블로커는 김 감독이 고민하는 포지션이다. 베테랑 김수지가 중심을 잡아주고, 공격력이 좋은 최정민(20)과 영리하게 수비하는 김현정(24), 신예 전현경(19)이 번갈아 나서지만 아직 확실하게 센터 라인이 구축되지 않았다.



●지난 시즌 히트상품 김하경&올 시즌 기대주 육서영

지난 시즌 IBK기업은행의 히트상품은 김하경이다. 2014~2015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IBK기업은행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데뷔했지만 기회를 잡지 못한 채 2017년 방출됐고, 실업팀에서 뛰다가 2019년 돌아왔다. 하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시즌 ‘조송화 사태’ 이후 주전으로 발돋움했고, 최근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김 감독은 “가르쳐주면 그걸 해내려는 노력이 대단하다. 혼자서 연구하고 훈련하면서 터득한다. 가지고 있는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습관을 들인다는 것은 힘든데, 그걸 해냈다”고 칭찬하며 “감독 덕분이 아니라 본인이 노력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새 시즌 김하경의 역할이 더 막중해졌다.

김 감독은 가장 기대하는 선수로 육서영을 꼽았다. 일신여상을 졸업하고 2019~2020시즌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로 IBK기업은행에 입단해 프로 4년차인 그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다. 지난 시즌에도 기대가 컸지만 국가대표팀에 차출된 뒤 무릎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한풀 꺾였다. 1년간 고생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나았다. 비시즌 동안 몸을 제대로 만들었다. 힘도 생겼다. 김 감독은 “이래저래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선수”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감독은 평소 승부욕을 강조한다. 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선수 개개인이 이기고자 하는 의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상대가 김연경(흥국생명)이라도 주눅 들지 말아야 한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만나면 위축되기보다는 승부욕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이길 수 있다”며 “이번 시즌 목표는 봄배구 진출인데, 확률은 반반이다. 선수들 하기 나름이다”고 자신감과 분발을 촉구했다.

기흥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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