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7위→6위’ 자존심 구긴 삼성화재…다시 한번 ‘명가재건’을 외치다! [V리그 개막 특집]

입력 2022-10-1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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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KOVO

V리그 남자부 최다 우승팀은 삼성화재다. 출범 원년인 2005년부터 2014~2015시즌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고, 그 중 8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삼성왕조’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그 명성도 많이 퇴색됐다. 최근 3시즌 성적은 5위→7위→6위다. 명문구단의 위상은 크게 흔들렸고, 자존심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명가 재건의 중책은 김상우 감독(49)에게 맡겨졌다. 선수시절 삼성화재의 전성기를 이끈 ‘레전드’ 출신이기에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김 감독은 구단이 믿고 맡겨준 것에 대해 어떻게든 보답하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우선 선수 부족이 걱정이었다. 김 감독이 ”바닥이 났다“고 할 정도로 빈약했다. 게다가 전성기의 분위기는 온 데 간 데 없었다.

김 감독은 재건작업에 착수했다.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취약 포지션을 보강했고, 전체 1순위로 외국인선수를 선발했다. 또 신인드래프트에서 쓸 만한 자원을 뽑았다. 이제 남은 것은 선수들의 열정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과 대화를 자주 하면서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삼성화재 특유의 색깔을 되찾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 사진제공 | KOVO



●취약 포지션 지운 선수 구성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는 국가대표 황경민(26)이 중심이다. 공수 밸런스가 잘 맞는 왼쪽 공격수다. 신장호(26), 고준용(33), 류윤식(33)이 상황에 맞게 투입된다. 신장호는 스피드가 돋보이고, 고준용과 류윤식은 둘 다 기본기가 좋고, 경험이 풍부하다.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는 ‘리비아 특급’ 아흐메드 이크바이리(26·200㎝)가 맡는다. 이크바이리는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될 만큼 크게 주목을 받았다.

미들블로커(센터)에는 불혹을 넘긴 하현용(40)이 버티고 있다. 나이는 많지만 기량 면에선 여전히 최고다. 풀타임을 소화할 만큼 자기관리도 철저하다. 속공에 강한 손태훈(29)이 하현용과 호흡을 맞추고, 한상길(35)과 구도현(30)이 그 뒤를 받친다.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뽑은 김준우(22·홍익대)에게도 기회가 열려있다.

세터는 경기운영능력이 뛰어난 노재욱(30)과 스피드가 좋은 이호건(26)이 책임진다. 리베로는 수비능력이 좋은 이상욱(27)과 백광현(30)이 번갈아 나선다.

삼성화재 노재욱. 사진출처 | 삼성화재 블루팡스 SNS



●세터 노재욱의 어깨가 무겁다!

삼성화재는 4월 우리카드와 선수 맞교환을 하면서 주전 세터 황승빈(30)을 내줬다. 아까운 전력이지만 다른 포지션을 보강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그 대신 올해 초 군에서 제대한 세터 노재욱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제 그의 손끝에서 삼성화재의 공격이 불을 뿜는다.

2014~2015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에 입단한 노재욱은 현대캐피탈~한국전력~우리카드를 거쳤고, 현대캐피탈에서 우승을 경험했다. 김 감독과는 성균관대 시절 사제지간으로 함께 했다. 노재욱의 강점은 장신(191㎝)을 이용해 빠르면서도 높은 타점에 맞추는 토스다. 김 감독은 “책임이 무겁다는 걸 본인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정말 노력을 많이 했고,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이 됐다”며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조금씩 찾아가는 것 같아 보기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외국인 1순위의 위력은?

아포짓 스파이커 이크바이리는 그동안 유럽의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리그에서 뛰었고, 특히 2021~2022시즌에는 슬로베니아 리그 득점 1위에 오른 바 있다. 배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범실이 적어 안정적이라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하지만 폭발력은 다소 떨어진다. V리그에서 외국인선수가 성공하기 위해선 상대 블로킹 위에서 강력하게 때리는 대포알 공격이 필요한데, 그 점에선 조금 부족하다. 김 감독은 “강력한 한방을 장착하기 위해 최근까지도 체중을 많이 불리고 있다. 8월초 입국했을 때는 80㎏ 아래였지만, 현재는 83~84㎏까지 체중이 늘면서 힘을 키웠다”고 밝혔다. 이어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고, 또 연습과정을 통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만 외국인선수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다. 국내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왼쪽 공격은 물론이고 중앙 속공 등을 함께 해야 다양한 공격으로 상대를 괴롭힐 수 있다. 새 시즌을 앞둔 김 감독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삼성화재 이크바이리. 사진출처 | 삼성화재 블루팡스 SNS



●삼성화재의 팀 컬러는 ‘리듬&템포’

삼성화재 체육관에 걸린 플래카드 문구는 ‘리듬&템포’다. 이는 김 감독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대변해준다. 김 감독은 “배구는 리듬과 템포가 제일 중요하다. 억지로 힘을 쓴다고 해서 강타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흐름을 잘 타야 한다”며 “훈련 때부터 리듬과 템포를 강조하고 있고, 그것이 경기장에서도 잘 발휘되어야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 이 흐름이 삼성화재의 색깔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시즌 목표는 우승이다. 김 감독은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데, 미리 꼬리를 내리고 싶진 않다. 열심히 해서 반드시 명가 재건에 앞장서고 싶다”고 다짐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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