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김연경, 흥국생명에 남을 이유 있을까?

입력 2023-01-03 13: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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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연경. 사진제공 | KOVO

FA되기전 우승선물 하고싶었는데
이해못할 감독 경질에 분위기 최악
흥행·성적 한꺼번에 다 잃을 위기
‘배구여제’ 김연경(35·흥국생명)은 2022~2023시즌을 벼르고 별렀다. 정상에 오르고픈 마음이 굴뚝같았다. 개막에 앞서 미국으로 개인훈련을 떠난 것도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자신감 또한 넘쳤다.

시즌은 잘 짜인 시나리오처럼 흘렀다. 김연경의 복귀로 V리그 전체가 들썩였다. 흥국생명도 지난 시즌 6위의 부진을 말끔히 지웠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팀워크는 더 단단해졌다. 선두 현대건설과 3라운드 맞대결에서 이겨 승점차도 3점으로 좁혔다. 정상으로 가는 길이 열리는 듯했다.

그런데 돌발변수가 생겼다. 믿고 따르던 권순찬 감독이 전격 경질됐다. 구단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맞지 않다’는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지휘봉을 빼앗았다. 선수단은 장수를 잃은 군대처럼 동요했다. ‘경기 보이콧’이라는 극단적 얘기까지 흘러 나왔다. 구단의 어처구니없는 처사에 팬들도 들끓었다.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잃을 위기에 몰렸다. 우승으로 가는 길은 다시 가시밭길이 됐다.

2005년 흥국생명에 입단한 김연경은 매 시즌 영광을 안았다. 2005~2006시즌 신인상과 리그 최우수선수(MVP), 챔피언결정전(챔프전) MVP를 휩쓸었다. 2006~2007시즌에도 리그 MVP와 챔프전 MVP를 석권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활약 덕분에 2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2007~2008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챔프전에선 GS칼텍스에 패했지만, 2008~2009시즌에는 리그 3위에 머물고도 챔프전에서 GS칼텍스를 물리쳤다. 챔프전 MVP는 김연경의 몫이었다. 그렇게 흥국생명과는 좋은 ‘인연’으로 시작했다.

해외무대를 통해 세계적 선수로 성장한 뒤 11년 만에 V리그로 복귀한 2020~2021시즌에도 그는 우승을 꿈꿨다. 리그 1위를 달리던 와중에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창시절 폭력문제가 불거지면서 팀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리그 2위로 챔프전에 올랐지만 GS칼텍스에 지고 말았다. 김연경은 중국으로 떠났다.

스포츠동아DB


김연경은 올 시즌을 마치면 신분이 바뀐다. 6시즌을 채워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에 따라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는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특히 해외무대에서 뛸 때는 ‘로컬 룰’ 때문에 흥국생명과 심각하게 반목했다.

김연경이 일본에서 튀르키예(터키) 무대로 옮긴 2011~2012시즌 후 문제가 불거졌다. 선수 신분을 놓고 구단과 시각차가 첨예했다. 흥국생명은 국내서 6시즌을 뛰어야만 FA로 풀린다고 주장했고, 김연경은 임대 신분을 포함해 모두 7시즌이 지났으니 FA 신분이라고 맞섰다. 오랜 기간 다툼으로 서로 감정의 골은 깊었다. 소급적용은 되지 않았지만, 이후 임대로 뛴 기간도 FA 자격 기한에 포함시키는 등 해외진출 규정은 바뀌었다.

그래도 김연경의 마음은 달랐다. FA가 되기 전 마지막으로 구단에 우승을 선물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도 14년 만에 V리그 정상을 바랐다. 그래서 모든 것을 우승에 맞췄다. 하지만 이 바람은 뜬금없는 감독 경질로 무산될 우려가 높다. 이쯤 되면 인연이 아니라 ‘악연’이다. FA가 된다면 감독의 권한을 거리낌 없이 침범하고, 우승 의욕을 무참히 꺾어버리는 그런 구단에 남아있을 이유는 없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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