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로 떠나는 ‘삼삼한 여행’ [김재범 기자의 투얼로지]

입력 2023-04-21 1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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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꽃이 가득 피어 있는 대구 비슬산 데크길. 참꽃이 피는 봄철이면 비슬산은 평일에도 방문객으로 북적인다.나무데크길과 야자매트 등으로 군락지 구석구석 이어지는 산책로를 잘 조성해 돌아보기가 좋다. 대구 |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꽃바다’ 가로질러 성큼 다가선 힐링

분홍빛 참꽃 펼쳐진 ‘비슬산’ 장관
별 쏟아지는 하늘전망대 별멍 매력
인흥마을·한밤마을 ‘슬로 투어’ 딱
오랜 역사 품은 옛 동네 정취 물씬
영남권을 대표하는 대도시이지만 대구는 다른 곳에 비해 관광지로는 아직도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높지 않다. 현재 대구광역시와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대구, 경북권의 신라·가야·유교 등 3대 역사문화자원과 낙동강·백두대간 등 친환경 녹색자원을 융합해 이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는 ‘삼삼한 여행’을 추진하고 있다.

강성길 대구문화예술진흥원 관광본부장은 ‘삼삼한 여행’에 대해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문화관광 기반조성 프로젝트”라며 “앞으로 대구경북의 3가지 매력(맛 멋 흥)을 즐길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눈 가득 들어오는 분홍바다


대구는 서울이나 광주 못지않게 도심 인근에 꽤 높은 산들이 위치해 있다. 남쪽 달성군에 위치한 비슬산(1084m)이 대표적이다.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을 닮았다고 이름이 붙은 비슬산은 흙이 많은 육산이다. 하지만 무려 341ha에 달하는 자연휴양림이 있을 정도로 산세가 웅장하다.

봄철 비슬산은 방문객으로 평일에도 북새통을 이룬다. 대표적인 참꽃 군락지이기 때문이다. 비슬산 참꽃 군락지는 데크길과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봄꽃 구경을 하기 좋다. 능선과 산자락을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장관은 정말 일품이다.

대구여행의 첫 행선지로 비슬산을 찾았을 때 하필 며칠 전 냉해로 참꽃들이 다 졌다는 ‘비보’(?)를 들었다. 반쯤 포기한 마음으로 정상에 올랐는데 고맙게도 추위에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분홍빛 참꽃 바다가 시야 가득 들어왔다. 대구 경북 지역은 물론이고 이제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제법 입소문이 나 꽃구경을 하다 보면 다양한 해외방문객도 만날 수 있다. 정상까지 전기차 셔틀버스를 운영하지만 경사가 가파른 산길을 걸어 오르는 이들도 많다. 힘들기는 해도 오르는 길옆으로 펼쳐지는 경관이 수고로움을 잊게 해 준다.

소박한 토담과 한옥이 고즈넉하게 자리한 달성군 인흥마을(위)과 군위 삼국유사면에 위치한 화산산성 풍차전망대. 대구 |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압도적 풍광의 전망대들

7월 경 대구에 일부 지역이 편입되는 군위에는 해발 800m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압도적인 풍광의 화산산성 풍차전망대와 하늘전망대가 있다. 저자 일연스님을 기념한 독특한 명칭이 인상적인 삼국유사면 화북리 산230에 있다. 전망대까지 가는 길은 ‘이곳이 강원도 대관령목장 가는길 아닌가’ 싶은 착각이 들 정도로 무척 가파르다.

실제로 이 지역은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청정지역이다. 이곳 풍차전망대에선 멀리 낙동강 군위댐까지 눈에 들어오고, 인근 하늘전망대에서는 고랭지밭과 마을이 그림처럼 시야에 자리잡는다. 낮에 내려다보는 경관도 좋지만 일출과 새벽 별빛도 장관이라고 한다.

앞산은 남구, 달서구, 수성구에 걸쳐 있는 660m의 산이다. 좌우로 산성산과 대덕산을 거느리고 있는데 이들 세 산 줄기의 북쪽 계곡에 앞산공원이 있다. 대구에서 가장 큰 도시자연공원이다. 케이블카, 전망대, 낙동강승전기념관 등이 있다. 앞산자락길이 있어 산행을 즐기기에도 좋다. 정상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북쪽으로 180m 정도 가면 앞산공원전망대가 나온다. 대구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멀리 팔공산까지 보인다.


●토담 대 돌담…우열 가리기 어려운 정취

대구에는 오랜 역사를 고스란히 품에 간직한 마을과 그곳에 단정히 자리잡은 고택이 많다. 달성군의 인흥마을과 군위군의 한밤마을이 옛 동네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들이다. 소박한 토담과 한옥이 고즈넉하게 자리한 인흥마을은 문익점 선생의 18대손 문경호씨가 19세기 중엽 터를 잡은 곳이다. 민속자료 제3호로 지정된 남평문씨본리세거지에서는 조선시대 목조건물의 단아한 건축미를 접할 수 있다. 광거당, 수봉정사, 인수문고가 대표적이다. 마을 앞에는 문익점 선생의 동상과 함께 하얗게 솜꽃이 핀 목화밭이 있어 더욱 정취를 더해준다.

군위 한밤마을은 야트막한 돌담길이 매력이다. 얼핏 제주도를 떠올리게도 하는데 현무암 일색인 제주 돌담길과는 달리, 돌의 모양과 색이 제각각이어서 색다르다. 골목길이 무척 오밀조밀하게 이어져 있고 곳곳에 1000여년의 마을 역사를 상징하듯 담쟁이 덩굴이나 두터운 돌이끼가 피어 있다. 왕벚꽃 등 꽃나무도 다양해 골목 걷는 맛을 더해준다. 운이 좋으면 돌담 위에 피어난 와송도 볼 수 있다. 이곳 대율리 마을에는 군위군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인 남천고택이 있다.

인흥마을과 한밤마을 모두 천천히 걸으며 마을의 모습과 소리를 마음에 담는 ‘슬로 투어’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대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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