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포인트 7개’ 이승원, ‘브론즈볼’ 품고 스타 탄생! [U-20월드컵]

입력 2023-06-12 15:44: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승원.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골짜기세대’로 불렸다. ‘축구천재’ 이강인(마요르카)을 앞세운 4년 전 ‘황금세대’와는 크게 대비됐다. 프로무대에서 두각을 보인 선수가 거의 없었고, 대부분 무명이다보니 대중적 주목도는 떨어졌다. 성적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 않았는데, 흔한 말로 ‘16강 진출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무관심이 꼭 나쁜 것은 아니었다. 선수들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됐다. 감독은 이런 선수들을 다독이며 힘을 한데로 끌어 모았다. 강호 프랑스와 첫판부터 이변을 일으켰다. 무명의 설움을 씻어내듯 펄펄 날았다. 이후 상대가 누구든 기죽지 않았다. 선수단 전체가 하나로 똘똘 뭉쳐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까지 올랐다. 12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3·4위 결정전에서 이스라엘에 1-3으로 지긴 했지만, ‘리틀 태극전사’들은 박수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원팀’의 주장 이승원(20·강원FC)의 역할이 컸다. 4년 전 이강인처럼 그도 주장의 품격을 보여줬다. 늘 악착같이 뛰며 솔선수범했다. 지고 있을 때는 쉴 새 없이 동료들을 독려했다. 코너킥과 프리킥을 전담하며 자로 잰 듯 기가 막힌 찬스를 만들어줬다. 스스로도 골을 넣으며 해결사의 면모까지 과시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스타가 탄생했다. 이승원은 대회 ‘브론즈볼’을 수상했다. 골든볼은 체사레 카사데이(이탈리아), 실버볼은 알란 마투로(우루과이)가 차지한 가운데 이번 대회에서 3번째로 인상적 활약을 펼친 선수로 평가 받았다. 한국 남자축구선수가 FIFA가 주관하는 성인 및 연령별 월드컵에서 개인상을 받은 것은 2002년 홍명보(울산 현대 감독), 2019년 이강인에 이어 이승원이 3번째다.

이승원의 3골·4도움은 한국축구의 새 역사다. 2019년 대회 골든볼 수상자 이강인의 2골·4도움을 넘어선 FIFA 주관 남자대회 최다 공격 포인트 신기록이다.

이승원.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이승원은 이번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팬들에게 낯선 이름이었다. 단국대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12월 강원에 입단했지만, 4부인 K4리그에서만 뛰었을 뿐 아직 K리그1 데뷔전을 치르진 못했다.

그러나 이승원의 숨겨진 기량은 어디 가지 않았다. 축구 센스가 탁월했다. 특히 볼을 가졌을 때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고비마다 나온 정확한 ‘택배 크로스’는 감탄을 자아냈다. 득점 없이 비긴 감비아전을 제외하면 프랑스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1골·1도움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3·4위 결정전 이스라엘전 페널티킥 골까지 전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생산했다. 김은중호가 7경기에서 뽑은 10골 중 무려 7골이 그의 발끝에서 나올 정도로 존재감은 빛났다.

이승원은 이스라엘전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월드컵에서 이렇게 좋은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며 “나 혼자 이뤄낸 것이 아닌 우리 선수들 모두 힘을 써서 보답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축구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밝혔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