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내 적응 불가…‘국대·AG 교집합’에 난처할 이강인, KFA에 중재안은 있나? [사커토픽]

입력 2023-08-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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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스포츠동아DB

파리생제르맹(PSG·프랑스)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강인(22)은 정신없는 9월을 앞두고 있다. 새 팀에서 적응하기도 바쁜데, 국가대표팀과 24세 이하(U-24) 대표팀을 오가야 하기 때문이다. 남다른 실력으로 ‘월반’을 거듭했고, 지난해 카타르월드컵을 기점으로 붙박이 국가대표로 자리매김한 그는 9월 개막할 2022항저우아시안게임(AG)에도 나서야 한다.

한국축구에 AG는 각별하다. 올림픽과 함께 병역 혜택이 주어지는 ‘유이’한 무대다. 이 때문에 이강인도 PSG와 계약 옵션에 ‘AG 출전’을 포함시켰다.

AG대표팀 황선홍 감독은 9월 초 시작할 소집훈련에 이강인을 합류시키고 싶다. 완전체 훈련으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문제는 일정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의 A대표팀도 같은 시기 웨일스~사우디아라비아로 이어질 유럽 원정 2연전을 앞두고 있다.

9월 4일 훈련을 시작해 조별리그 1차전을 일주일 앞둔 12일 항저우로 향할 ‘황선홍호’는 이강인이 꼭 필요한데, 클린스만 감독은 양보할 생각이 없다. 가족과 함께 미국 LA 자택에 머물고 있는 그는 최근 비대면 기자간담회에서 “(이강인은) A매치를 뛰고 중국으로 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강인, AG대표팀 조기 합류’라는 일각의 여론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물론 클린스만 감독의 말이 맞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대표팀 차출 규정에 AG는 해당되지 않는다. 원칙대로라면 이강인은 9월 A매치 2연전을 마친 뒤 소속팀으로 돌아갔다가 (PSG와 사전 계약에 따라) 일주일 뒤 다시 항저우로 향해야 한다.

황선홍 24세 이하(U-24) 대표팀 감독.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여기서 클린스만 감독은 굳이 ‘사족’을 붙였다. “이강인의 기량과 성격을 볼 때 30분이면 AG대표팀에 적응할 수 있다.” 황 감독 입장에선 굉장히 불쾌한 표현이다. 안타깝게도 30분 내에 조직력이 완성된 팀은 역사상 어디에도 없다.

융통성이 필요한 시기다. ‘클린스만호’의 엔트리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이강인을 비롯한 여러 선수들이 AG대표팀과 ‘교집합 범위’에 있다. 4차례 A매치에서 2무2패에 그친 ‘클린스만호’ 역시 성과가 필요하지만, AG는 ‘인생 게임’에 가깝다. 웨일스전만 뛴 뒤 AG대표팀 합류 등 최소한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대한축구협회의 조정이 필요한데, 언제나 그랬듯이 손을 놓고 있다. 중재 의지도, 인물도 없다. 모든 프로세스가 생략된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 보듯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독일)은 아무런 권한이 없고, 대표팀 업무를 주도해야 할 관련 부서 주요 인사들은 복지부동한 채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클린스만 감독 역시 워낙 공사다망해 황 감독과 제대로 소통한 적이 없다. 심각하게 잘못 돌아가고 있는 시스템에 이강인만 난처해질 형국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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