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마라토너의 인생을 선언한 베테랑 유병훈, “장애 후 삶도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장애인아시안게임]

입력 2023-10-24 16:2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휠체어 마라토너로의 새 인생을 결정한 유병훈이 중국 항저우의 장애인아시안게임 선수촌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제공 | 대한장애인체육회

20년 넘도록 태극마크를 지킨 베테랑 레이서는 또 다른 도전을 선언했다. 트랙을 떠나 도로를 달리는 것이다.

2022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휠체어 레이싱 유병훈(T53·경북장애인체육회)은 “장애는 선택할 수 없지만 장애 후의 삶은 선택할 수 있다”며 “앞으론 휠체어 마라토너로서 삶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1972년생 유병훈은 2002년 부산부터 올해 중국 항저우까지 6회 연속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베테랑이다. 패럴림픽,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입상했다. 항저우의 대한민국선수촌에서 만난 그는 “좋은 기억과 좋은 추억을 안고 국가대표생활을 마무리한다. 내년 파리패럴림픽도 출전하지 않겠다”며 마라토너의 삶을 결정했다고 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내려놓는 것이 힘들었다”는 고백에서 오랜 고민과 번뇌가 묻어난다. 아시안게임에서 은 7, 동메달 5개를 획득한 유병훈은 “이번에도 현실적 목표는 은메달”이라며 “이제는 도로를 달리러 나가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운동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다고 전한 유병훈은 장애인들에게 운동을 적극 추천했다. “운동하며 성격이 달라졌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180도 변했다. 목표를 이루면서 자신감을 얻고 사회적 관심도 커졌다”며 웃었다. 이어 “운동을 열심히 하면 은퇴 후의 삶도 잘 영위할 수 있다. 장애 후 삶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스포츠 참여를 강조했다.

유병훈은 인생의 다음 장을 열어줄 마라톤이 낯설지 않다. 트랙을 달리며 꾸준히 접했다. 국내는 물론 2020도쿄패럴림픽 마라톤에도 출전했다. 그러나 아쉬움이 많다. 열악한 환경이다. “뉴욕, 보스턴, 시카고, 베를린, 런던, 도쿄 등 세계 6대 메이저마라톤은 휠체어 부문이 따로 있지만 국내는 휠체어 장애인이 단거리를 할지, 마라톤을 할지 선택할 수 없다. 장애인이 원하는 종목을 찾아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항저우(중국) | 공동취재단·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