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김기동 포항 감독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총력전이냐, 계획된 로테이션이냐. 최종 선택은 후자였다. 전력을 100% 쏟을 여유가 없었다. 최근 3주간 7경기를 소화했다. 특히 원정으로 치른 제주 유나이티드와 FA컵 4강전(1일)은 연장에 승부차기까지 이어진 120분 혈투였다.
노련미로 무장한 우라와에 맞서 포항은 ‘젊은 피’를 내세웠다. 22세 이하 영건 4명을 선발 투입했다. 이호재가 전방으로 나서 좌우 날개 홍윤상과 윤재운과 호흡했다. 김 감독의 아들 김준호도 중원에 배치됐다.
김 감독은 분명한 메시지도 던졌다. 당일 오전 선수들과 가볍게 워밍업을 하며 “우리는 K리그 대표다. 포항의 힘을 증명하자.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 한·일전에 나선다. 힘들어도 해내자”고 당부했다. 때마침 전날(7일) 울산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가 각각 조호루 다룰 타짐(말레이시아), 산둥 타이샨(중국)과 원정경기에서 패한 터라 부담이 적지 않았다.
역시 쉽진 않았다. 실전 리듬이 일정하지 않은 포항 공격진은 호흡이 맞지 않았고, 수비는 불안했다. 우라와의 공세를 잘 버텨냈으나, 전반 36분 오른쪽 측면이 뚫렸다. 우라와 윙어 에카니트 판야가 낮게 연결한 볼을 호세 칸테가 차 넣었다.
포항 벤치는 과감한 후반 교체로 승부수를 띄웠다. FA컵 결승전에서 골맛을 본 제카와 김종우를 투입했고, 후반 21분 효과를 봤다. 비디오판독(VAR)으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제카가 성공시켰다.
포항은 멈추지 않았다. 상대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한 가운데 막판까지 파상공세를 펼쳤다. 결국 후반 30분 교체 투입된 김인성이 추가시간 역전골을 터트려 2-1을 만들었다. 4연승, 승점 12로 조 선두를 지킨 포항은 K리그 팀들 중 16강에 가장 가까이 다가섰다.
한편 올 시즌 극도의 부진 속에 K리그1 정상을 울산에 내주고, 포항에 밀려 FA컵 2연패에도 실패한 전북 현대는 국제무대에서도 부진을 이어갔다. 라이언시티(싱가포르)와 대회 조별리그 F조 원정경기에서 0-2로 져 2승2패(승점 6)로 선두 등극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포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