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노-DB전 욕설 논란의 근본 원인인 심판 판정…“문제 없었다”는 KBL이 더 큰 문제 [바스켓볼 브레이크]

입력 2023-11-21 15: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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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L 로고

고양 소노 김승기 감독(51)은 1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홈경기를 마친 뒤 원주 DB 코칭스태프와 사무국장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DB 단장과는 언쟁을 벌였다. DB 단장이 경기 중 본부석에 찾아간 것을 구실 삼았다. 소노 구단에 따르면 김 감독은 DB 단장이 판정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로 본부석에 갔다고 판단해 항의하다가 일을 벌였다. 이유를 불문하고 욕설을 남발한 김 감독의 잘못이 크다. 경기 도중 본부석으로 간 DB 단장의 행동도 적절치 않았다.

사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심판 판정이다. 소노-DB전은 오심이 많고 적고를 떠나 지켜보는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몇 안 되는 농구 관련 온라인 게시판에는 판정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한 프로농구 출신 인사는 “내가 보기에도 판정이 이상했고, 항의가 계속 나올 만했다”고 짚었다.

그러나 KBL 경기운영본부의 시각은 전혀 달랐다. 문경은 본부장은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없다는 보고서가 올라왔다. 문제없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판정 이슈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고, 보고서 내용만을 재차 언급했다.

KBL 경기운영본부가 적용하는 룰과 팬 또는 농구인들이 인지하는 규정 자체에 괴리가 존재하는 것 같다. 구단들은 경기를 마치면 자체 분석을 한다. 매 경기 적게는 3~4개, 많게는 7~8개 정도의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나온다고 한다. 오심도 있고, 심판이 놓치는 장면도 있다. 구단들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그러나 기본적인 룰 적용이 심판마다 다르고, 경기마다 다른 부분에는 혀를 내두른다. 팬들도 지적하는 대목이다. 마치 KBL이 자체적으로 만든 룰로 경기를 관장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현장의 목소리는 이렇다. 대부분의 감독들은 “기존에 설명을 들었던 것과 다른 룰 적용 사례가 많다. 한 경기 내에서 비슷한 장면마다 콜이 다르다”는 비슷한 의견을 드러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독은 “심판마다 적용하는 기준이 다르고, 누구는 설명을 해주고, 누구는 설명도 안 한다. 다 제각각”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한 프로팀 관계자는 “판정은 어느 정도 감안하고 경기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판정 문제는 최근에만 불거진 사안은 아니지만, 이번 시즌 유독 심하다. 한 해설위원은 생중계 도중 “이렇게 휘슬을 부니 이상한 오해가 생겨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만큼 문제가 많아 보이지만, 개선의 여지는 없다. ‘문제가 없다’라는 인식이 더 충격적이다. 문 본부장은 판정 질의에 대해 “내 이름으로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책임을 회피하는 건지 최근 받은 징계로 몸을 사리는지 알 수 없다. 지난 시즌까지 판정 문제가 불거지면 전면에 나섰던 김광 KBL 사무처장도 입을 닫았다. 그는 “내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다. 누구 하나 바로잡을 생각이 없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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