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손흥민처럼…‘대세’ 이강인, ‘약속의 땅’ 카타르를 더 찬란하게

입력 2024-01-17 1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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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1년 1월 18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가라파 스타디움. 한국은 2011카타르아시안컵 조별리그 최종전(3차전)에서 인도를 4-1로 누르고 2승1무로 토너먼트 라운드에 올랐다. 이 경기에서 아주 특별한 순간도 있었다. 당시 함부르크(독일) 소속이던 축구국가대표팀 막내 손흥민(32·토트넘)이 후반 36분 득점했다. 3번째 A매치 만에 터진 데뷔골이었다. ‘전도유망한’ 선수에서 ‘차세대 특급’으로 발돋움하는 계기였다.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흘렀다. 그 때 카타르의 손흥민이 지금의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다. 오늘도 번뜩이지만 내일은 더 기대되는 가장 주목받는 영플레이어다.

약간의 차이는 있다. 손흥민이 2011년 카타르에서 본격적 성장을 알렸다면, 2024년의 이강인은 사실상 완성 단계에 있다는 점이다. 또 13년 전의 손흥민은 진짜 대표팀 막내였지만, 이강인은 2001년생 동갑내기 친구 오현규와 한 살 어린 양현준(이상 셀틱)이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15일 카타르 알라얀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카타르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바레인을 3-1로 꺾었다. 64년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을 선언한 가운데 가장 부담스러운 첫 경기에서 한국은 전반 중반까지 상대의 거센 공세에 고전하고, 후반 초반 동점골마저 허용하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이변의 희생양이 되진 않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오른쪽 윙어로 선발출전한 이강인이 답답한 흐름을 바꿨다. 날카로운 드리블과 수준 높은 탈압박, 공간을 가르고 방향을 바꿔주는 다양한 패스에 집중한 전반전과 달리 후반전에는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후반 11분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의 패스를 받아 상대 진영 중앙에서 묵직한 왼발 슛으로 골문을 뚫었고, 후반 23분에는 황인범(28·츠르베나 즈베즈다)이 넘겨준 볼을 타이밍을 속이며 바레인 수비를 제친 뒤 다시 한번 왼발 슛으로 연결해 쐐기골을 뽑았다.

바레인전이 20번째 A매치(6골)였던 이강인에게 카타르는 ‘약속의 땅’과 다름없다. ‘벤투호’의 일원으로 나선 2022카타르월드컵에서도 값진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가나와 조별리그 2차전 후반 12분 투입돼 불과 1분 만에 전방 압박으로 상대 볼을 탈취한 뒤 날카로운 궤적의 크로스를 띄워 조규성(26·미트윌란)의 헤더 동점골을 도왔다. 재임 기간 이강인을 중용하지 않던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현 아랍에미리트 감독)도 이어진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3차전에는 선발로 내세우며 마음고생이 심했던 어린 선수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우승 의지도 분명하다. “대한민국의 모두가 오랫동안 우승을 기다린다는 사실 자체가 동기부여다.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쏟겠다”는 것이 ‘대세’ 이강인의 단단한 각오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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