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고려거란전쟁’…원작자-제작진 갈등 파장

입력 2024-01-24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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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 포스터. 사진제공 | KBS

길승수 작가, 자신 소설과 다르다며 공개 비판
제작진 “원작 각색이 아닌 전투 장면 자문계약”
KBS 2TV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이 뜻밖의 암초에 부딪혔다. 드라마가 최근 반환점을 돈 이후 원작자와 제작진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관련 논란은 원작소설인 ‘고려거란전쟁: 고려의 영웅들’을 집필한 길승수 작가가 최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대하사극이 아니었으면 좋았을 뻔했다”며 불만을 드러내면서 시작됐다. 길 작가는 23일까지 블로그에 수차례 글을 올리며 드라마 속 현종(김동준)의 묘사 등이 원작 계약한 자신의 소설뿐 아니라 역사와도 사뭇 다르다며 제작진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고려와 거란의 전쟁 이야기에 집중한 것과 달리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현종의 지방 개혁과 왕권강화 내용이 중점적으로 그려지자 일부 시청자들도 “색깔이 달라졌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 누리꾼이 17일 KBS 시청자센터의 청원게시판에 “원작을 따라가 달라”고 요청하는 글이 닷새만인 23일 1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논란이 커지자 연출자인 전우성 감독과 이정우 작가는 23일 전 감독의 SNS를 통해 “애초 원작을 리메이크나 일부 부분을 각색하는 형태가 아닌, 일부 전투 장면에 대한 원작 및 자문계약을 맺었을 뿐”이라면서 “새로운 자문자를 선정해 꼼꼼한 고증 작업을 거쳐 제작하고 있음에도 기초적인 고증도 없이 제작하고 있다고 주장해 당혹스럽다”고 반박했다.

KBS도 “2020년부터 고려와 거란의 10년 전쟁을 극화하기 위해 준비하던 전 감독이 자료 검토 중에 길 작가의 ‘고려거란전기’(당시 제목)를 보고 2022년 판권 획득 및 자문 계약을 맺었고, 이정우 작가가 대본을 집필하면서 작품의 방향성이 다르다고 판단해 새로운 내용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일각에서는 고려 영웅을 되짚는다는 드라마의 애초 의도까지 퇴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원작자가 제작진의 역사 해석을 지적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면서 “소설과 드라마 모두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만든 이야기다. 해당 드라마가 역사적 행간을 읽어나가는 작업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지혜 스포츠동아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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