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보를 되찾기 위해 싸웠던 외국인들” 어니스트 베델과 호머 헐버트 영상 제작한 반크

입력 2024-02-07 1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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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가 한문화재단과 함께 약 100년 전 한국의 문화유산을 되찾기 위해 헌신한 두 명의 외국인의 업적을 국내외에 알리는 홍보 영상을 제작하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세계에 알리는 활동을 전개한다.

5분 분량의 ‘우리 문화유산을 지킨 외국인! 어니스트 베델과 호머 헐버트’라는 제목의 영상은 한국어와 영어 자막을 통해 두 명의 외국인 독립운동가와 관련된 내용을 소개한다.


영상은 1970년 11월 14일 프랑스 파리 제16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된 ‘문화재의 불법적인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 수단에 관한 국제 협약’ 중 제11조 ‘외국 군대에 의한 일국의 점령으로부터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강제적인 문화재의 반출과 소유권의 양도는 불법으로 간주된다’라는 내용을 소개하며 시작한다.

이후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 동양관에 전시된 약탈 문화유산의 상징 ‘오구라 도굴품’을 알린다. ‘오구라 컬렉션’으로 알려진 오구라 도굴품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 사업가인 오구라 다케노스케(1870~1964)가 수집해 간 한국의 문화유산 1100여 점을 일컫는 말로, 이 중 39점은 일본의 국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오구라 도굴품과 같이 전 세계에 유출된 대한민국 문화유산은 2023년 기준 27개국 22만 9655점이며, 이 중 한국으로 되돌아온 문화유산은 12개국 1만 134점이다.

이는 전체 해외 유출 문화유산 대비 4.8%만 환수된 것이다. 한국 역사의 보물이자 한국인의 영혼인 21만 8621점이 아직 세계 곳곳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역사를 잃어버린 민족에게 내일은 없고, 선조의 꿈이 그 후손에게 전달되지 않는 나라는 희망이 없다”라는 고 박병선 박사의 말처럼 이제 세계 곳곳에 있는 우리 영혼을 되찾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한국의 약탈 문화유산 반환 문제와 관련해 이미 100년 전 한국의 문화유산을 되찾기 위해 헌신한 외국인이 있다.

한국 역사를 대표하는 국립중앙박물관 1층에 전시된 대한민국 국보 ‘개성 경천사지 십층석탑’이 오늘날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기까지 100년 전 두 명의 외국인의 헌신이 있었던 것.


1907년 일본 궁내부대신 다나카 미스야키는 일본 특사로 조선을 방문해 고종 황제와의 만남 자리에서 개성 경천사지 십층석탑을 선물로 달라고 요구했다. 고종 황제가 이를 거절하자, 그는 무력으로 석탑을 해체하여 일본으로 약탈해 갔다.

석탑을 약탈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다나카는 석탑을 자신이 훔친 것이 아니라 고종 황제로부터 선물을 받은 것이라고 거짓말로 둘러댔다.

한국의 문화유산을 훔치고 거짓말까지 한 다나카에 분노한 두 명의 외국인이 있었으니 바로 어니스트 베델과 호머 헐버트였다.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영국 언론인 어니스트 베델은 1907년 3월 대한매일신보와 영문판 코리아 데일리 뉴스를 통해 다나카의 석탑 약탈 사실을 폭로했다.

이후 10여 차례 기사와 논설을 계속해서 실으며 전 세계인들에게 다나카의 한국 문화유산 밀반출 만행을 고발했다.

이러한 고발에 일본 정부 대변지인 재팬메일에선 어니스트 베델이 작성한 기사는 거짓말이라며 석탑 약탈 사실을 부인하기도 했다.

이에 분노한 또 다른 외국인인 호머 헐버트는 직접 약탈 현장을 확인하며 주민들의 증언 및 약탈 현장 사진 증거를 확보했다. 일본 고베에서 발행되던 재팬크로니클지에 자신이 모은 약탈 자료들과 ‘한국에서의 만행’이라는 제목의 다나카 고발 글을 게재했다.

그는 고발 글에서 “다나카의 약탈 행위는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세워진 넬슨 제독의 동상을 훔쳐 가는 것과 같은 만행이다. 일본 정부는 하루빨리 귀중한 한국 유물을 되돌려놓아라!”고 서술하는 등 다나카의 약탈 행위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일본 언론의 보도에도 일본 정부가 침묵하자 호머 헐버트는 국제여론에 호소했다. 네덜란드 헤이그 특사로 참여해 개성 경천사지 십층석탑 약탈 사건 등 일본의 부당함을 폭로했다.


호머 헐버트의 활동으로 이 사건이 만국평화회의보, 뉴욕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세계 언론에 보도되었고, 보도 후 석탑 약탈에 대한 국제적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국제적 비난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던 일본 정부는 결국 문화유산의 반환을 결정해야 했다.

어니스트 베델과 호머 헐버트의 문화유산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통해 1918년 마침내 한국의 문화유산이 본국으로 반환됐다. 이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한국은 빼앗긴 문화유산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반크는 약탈 문화유산이었던 개성 경천사지 십층석탑을 되찾을 수 있도록 기여한 어니스트 베델과 호머 헐버트를 기억하고 예우하는 것은 아직 세계 곳곳에서 돌아오지 못한 21만 8621점의 한국의 문화유산을 되찾는 활동의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반크는 이번 캠페인 영상을 전 세계에 알려 세계인에게 이 문제를 알리는 것 역시 100년 전 어니스트 베델과 호머 헐버트처럼 우리 문화유산을 되찾는 시작이라 생각하며 캠페인에 한국인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양형모 스포츠동아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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