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어려울’ 클린스만과 동행, 이제 KFA가 나설 시간

입력 2024-02-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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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축구는 2023카타르아시안컵에서 참사를 겪었다. 천신만고 끝에 4강에 올랐지만, 상처만 남았다. 승부차기 승리, 연장 역전승 등 ‘극장 승부’에 가려졌을 뿐 대회 내내 엉성한 전술과 경기력, 처참한 결과로 거듭 아쉬움을 남겼다.

무엇보다 ‘사령탑 리스크’가 컸다. 선수들의 기대이하 퍼포먼스는 둘째 치고, 축구국가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60·독일)의 처신은 당혹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언변만 그럴싸하고 화려했을 뿐 실속은 없었다. 손흥민(32·토트넘),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 등 슈퍼스타들에게 일단 공을 배급한 뒤 ‘한 건’ 해내길 바라는 ‘해줘 축구’ 이상의 뭔가가 보이지 않았다. 실망스러운 경기 결과를 받아든 뒤 해맑은 미소로 불필요한 논란도 자초했다. 리더의 덕목이라는 ‘용맹함’, ‘지략’, ‘덕망’ 중 어느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설 명절을 앞둔 8일 조롱의 의미가 담긴 엿 투척까지 당하며 초라하게 귀국한 클린스만 감독의 태도에 변화는 없었다. 0-2로 완패한 요르단과 준결승 직후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준비를 언급하며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그는 10일 자택이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로 돌아갔다.

물론 귀국 후 “다음 주 미국으로 떠나 짧은 휴식을 갖고 유럽파를 현지에서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미국행이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문제는 시점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여론이 좋지 않음을 인지하고, 대한축구협회가 조속한 시일 내로 전력강화위원회를 열어 아시안컵을 돌아보면서 대표팀 운영 전반을 논의할 계획임도 파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입국 이틀 만에 미국으로 떠났다. 당연히(?) 협회 임직원 대다수는 그의 출국 사실조차 몰랐다.

일체의 사령탑 선임 프로세스를 건너뛰고 계약한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3월 지휘봉을 잡은 뒤 재택근무와 잦은 외유로 끊임없이 논란을 야기했다. 그러나 근무 패턴에 변화를 주진 않겠다고 했다. 마치 파트타임 직장처럼 A매치 소집에 맞춰 짧게 한국을 오간 그는 ‘시험대’로 삼은 아시안컵에서 끝내 실패했다. 그런데도 스스로에게 관대했다. “4강을 실패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클린스만 감독의 견해다.

더는 동행이 어려워 보인다. 성난 여론도 부족해 정치권에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연일 클린스만 감독을 질타하고 있다. 축구계 일각에선 아시안컵 4강 진출과 함께 클린스만 감독의 계약 해지 옵션은 사라졌고, 중도 해지 시에는 70억~80억 원에 육박하는 위약금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대규모 코칭스태프를 더하면 위약금 규모는 더 커진다. 그럼에도 ‘자진사퇴’가 없다면 ‘경질’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연스레 화살은 클린스만 감독에게 유독 호의적이었던 정몽규 협회장을 향하고 있다.

많은 축구인들은 “클린스만 감독은 뻔뻔하고 무책임하며 협회는 무능하다. 병이 보이는데 치료를 거부하는 꼴이다. 더 늦기 전에 결단이 필요하다”며 “지금 불명예 퇴진을 걱정할 이는 클린스만 감독만이 아닐 수 있다”고 꼬집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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