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강화위원회 ‘정해성 체제’ 가닥…중요한 사령탑 선임, 더 중요할 시스템 정비 [사커토픽]

입력 2024-02-19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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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의 개선 없이는 발전도 없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과 결별한 한국축구는 적합한 사령탑을 선임하기 위해 먼저 전력강화위원회의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 15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 회의.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축구국가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60·독일)과 동행한 1년은 참담했다. 지도력은 차치하고 한국축구와 문화를 이해하려는 최소한의 노력, 새 얼굴 발굴을 통한 선수단 리빌딩 등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특히 재임기간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내 논란을 자초했다. 과거 한국 사령탑 유력 후보로 검토된 판 마르바이크 감독(네덜란드)이 면접 대상에서 제외된 데도 클린스만 전 감독처럼 ‘원격근무’를 희망해서였다.

어쨌든 더 이상 ‘잃어버린 시간’을 지속해선 안 된다. 해묵은 해외파-국내파 갈등도 부족해 주장 손흥민(32·토트넘)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의 물리적 충돌로 드러난 세대갈등까지 사분오열된 대표팀을 재정비하기 위해선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에 앞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최선의 시스템 구축이다. 특히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재정비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 정관(제52조)에 따르면 전력강화위원회는 ▲(남녀국가대표 및 18세 이상 연령별) 지도자 선임과 해임 ▲재계약 등 대표팀 운영 전반에 관여하는 기구다.

하지만 역할에 한계가 있다. 전력강화위원장의 영향력이 불편했던 협회 내 누군가가 공론화 과정 없이 2021년 7월 정관을 은밀히 수정해 조언·자문에 한정시킨 탓이다. 우려했던 부작용이 현실화됐다. 마이클 뮐러 위원장(독일) 체제의 전력강화위원회는 전혀 기능을 하지 못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을 선임할 때부터 위원들은 후보군 선정·검토조차 못한 채 완전히 배제됐고, 그 후에는 정식 만남조차 없었다.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대면 미팅(15일)은 클린스만 전 감독의 해임 건의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정몽규 협회장은 16일 클린스만 전 감독의 해임을 발표하며 “파울루 벤투 전 감독(포르투갈) 선임 때와 같은 프로세스를 거쳤다”고 해명했으나, 독일 탐사전문 슈피겔의 최근 보도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이 매체에 “2022카타르월드컵에서 만난 정 회장에게 ‘새 감독을 찾느냐’고 농담처럼 물었는데, 정 회장이 수주 후 연락을 해와 진지한 협상에 나섰다”고 밝혔다. 심지어 클린스만 전 감독은 자신의 운명이 결정된 화상 미팅에서 “전력강화위원회의 존재도 몰랐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남겼다. 정 회장과 클린스만 전 감독은 끝까지 엇박자였고, 전력강화위원회는 ‘거수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셈이다.

일단 협회는 신임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정해성 대회위원장(66)의 선임을 결정하고, 현재 위원 후보들과 접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전력강화위원회가 최종 구성되는 대로 차기 사령탑 선임작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지만, 역시 ‘자문’에 그치는 만큼 현 시스템의 개선은 필수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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