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오은렬(왼쪽)·정성민. 스포츠동아DB
특히 리시브, 디그 상황에 따라선 리베로를 바꾸는 ‘더블 리베로’ 시스템을 가동한다. 당연히 유사시에는 리베로 1명으로도 버틸 수 있다. 오은렬(27)과 정성민(36)이 리베로로 번갈아 투입된다. 두 선수 모두 리시브와 디그를 가리는 유형은 아니지만,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37·핀란드)은 전력 극대화를 위해 임무를 분담했다.
더블 리베로 체제 하에서 오은렬은 올 시즌 리시브효율 부문 리그 2위(50.56%)에 올라있다. 정성민도 세트당 디그 1.588개, 디그 성공률 74.31%로 팀 수비에 보탬이 되고 있다. 각자의 장점을 살린 기용은 성적과 과정 모두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즌 내내 잘 굴러갔던 시스템이지만, 최근 변수가 발생했다. 오은렬과 정성민이 번갈아 가며 이탈하자 틸리카이넨 감독은 불가피하게 1인 리베로 체제로 경기를 치러야 했다. 다행히 그동안 여러 변수에 대비한 덕분에 이번에도 위기를 잘 넘기며 남은 시즌 전망을 밝혔다.
정성민이 다리 부상으로 이탈한 11일 한국전력전(3-0 승)과 14일 OK금융그룹전(3-1 승)에선 오은렬이 디그까지 책임져야 했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도 오은렬은 세트당 디그 2.1개, 디그 성공률 78.94%로 팀의 연승에 앞장섰다.
반대로 17일 우리카드전(3-2 승)에선 정성민이 빛났다. 4-6으로 뒤진 2세트 초반 오은렬이 과호흡으로 물러나는 변수가 발생했지만, 교체 투입된 정성민이 끝까지 버티며 팀의 리버스 스윕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정성민은 리시브효율 72.73%를 마크하며 벤치의 기대에 부응했다.
더블 리베로들의 활약 속에 대한항공은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선두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변수를 딛고 계속 원하는 결과를 챙긴다면 우리카드와 우승 레이스에서도 앞서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재민 스포츠동아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