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경기를 끌고 가면…” 현대건설의 바람, 착착 맞아 떨어진 대권 시나리오

입력 2024-04-0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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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강성형 감독. 스포츠동아DB

“2차전도 5세트까지 해야겠죠?”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3월 2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3선승제) 1차전 홈경기에서 흥국생명을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잡은 뒤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전투를 길게 끌어가면서 상대의 진을 빼놓겠다는 의도가 드러났다.

정말 그렇게 됐다. 30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2차전에서도 현대건설은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3세트까지 1-2로 뒤졌던 현대건설은 4, 5세트를 잇달아 따내며 2010~2011시즌 이후 13년만의 통합우승, 또 2015~2016시즌 이후 8년만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에 바짝 다가섰다. 현대건설의 우승 확률은 83.3%로 올라갔다. 역대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에서 1, 2차전을 먼저 잡고도 웃지 못한 사례는 지난 시즌 흥국생명이 유일하다.

현대건설의 전략은 분명했다. 체력적 우위를 최대한 살리는 것이었다. 정규리그 1위 현대건설은 3월 16일 페퍼저축은행과 원정경기 이후 열흘 넘게 체력을 비축한 반면 2위 흥국생명은 일주일 새 정관장과 플레이오프(PO) 3경기를 치렀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꾸준한 경기 리듬이 상대에 리스크로 작용하길 바랐으나,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됐다. 현대건설은 1차전 1, 2세트에만 고전했을 뿐 그 후 빠르게 정상 리듬을 되찾았다. 완패 분위기가 농후하던 1차전 3세트에 앞서 강 감독이 진행한 팀 미팅이 선수들을 춤추게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 무너지기에는 아쉽지 않느냐. 앞으로도 계속 경기가 있으니 한 세트만 이겨보자.” 그렇게 수확한 한 세트 승리가 1차전 승리, 또 연승을 불러왔다.

물론 현대건설은 챔피언 결정전 자체를 장기전으로 끌고 갈 계획은 없다. 내친김에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1일 펼쳐질 3차전에서 빠르게 시리즈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높이가 좋고 공격에 힘이 있는 흥국생명의 초반 공세를 잘 버티는 게 중요하다.

반면 흥국생명의 부담은 굉장히 커졌다. 아본단자 감독도 “체력보다 멘탈의 문제가 있다. 결정적 순간에 더 과감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게다가 시즌 내내 괴롭힌 ‘5세트 공포증’도 걱정스럽다. 흥국생명은 정규리그에서 8차례 풀세트 경기를 치렀다. 현대건설보다 2승 더 많이 거두고도 2위에 그친 이유다.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1, 2차전 모두 풀세트 접전 끝에 내줬으니 내상이 클 수밖에 없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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