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로 말한 ‘오기노 배구’…흰 도화지 돼준 OK금융그룹

입력 2024-04-03 16: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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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금융그룹 오기노 마사지 감독. 스포츠동아DB

“일본에서 온 나와 나의 배구를 순수하게 받아줘 정말 고맙다.”

2022~2023시즌 OK금융그룹의 가장 큰 약점은 수비였다. 세트당 수비(리시브 정확+디그 성공)는 13.684개로 V리그 남자부 7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그래서 올 시즌 리베로 부용찬, 정성현을 비롯해 신호진 등 공격수까지 수비 개선을 위해 힘을 합쳤다. 수치상의 개선은 이뤄졌다. 단, 수비는 단기간에 극적으로 바뀌는 지표가 아니다. 수비 부문에서 지난 시즌보다 나은 15.950개를 기록했지만, 최하위를 벗어나진 못했다.

오기노 마사지 감독은 OK금융그룹에 맞는 배구를 구사하고 싶어 했다. 그 중 하나가 사이드아웃(상대 서브 상황에서 리시빙 팀이 서브권을 가져오는 것)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약점을 범실 관리와 블로킹으로 극복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한방을 노리기보다 안전한 서브를 우선 택했다. 서브 강도를 줄이되, 효과적 블로킹으로 상대 진영을 흔들고 득점을 이어가면서 서브권을 지키는 배구를 추구했다.

스포츠동아DB


다만 OK금융그룹에는 결과가 필요했다. 오기노 감독은 이 배구를 접목하는 과정에서 여러 비판을 들었다. 전력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로부터 ‘서브를 왜 약하게 넣느냐’는 비판까지 잇달았다. 하지만 오기노 감독과 OK금융그룹은 끝내 보여줬다. 범실은 지난 시즌 929개에서 올 시즌 654개로 눈에 띄게 줄었고, 유효블로킹(자기 팀의 랠리로 연결시킨 블로킹)은 352개에서 495개로 몰라보게 상승했다. 박원빈, 바야르사이한, 진상헌 등 미들블로커(센터)들이 ‘오기노 배구’를 실현하는 데 앞장섰다.

OK금융그룹은 포스트시즌(PS)에서도 성과를 냈다. 준플레이오프(준PO·단판)부터 PO(3전2선승제)를 거쳐 챔피언 결정전(5전3선승제)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역대 V리그 남자부 PS에서 준PO부터 시작해 챔피언 결정전까지 오른 팀은 OK금융그룹이 2번째였다. 오기노 감독은 “일본에서 온 나와 나의 배구를 순수하게 받아준 우리 선수들과 모든 구단 스태프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이라며 “우리가 모두의 예상보다 더 높은 곳에서 배구할 수 있었던 데는 선수들의 노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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