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홍콩, 어디로 가볼까(1)-아트 호핑(art hoooing) [투얼로지]

입력 2024-04-15 08: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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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카우룽문화지구’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M+미술관‘. 내부전시공간만 1만7000㎡에 달한다. 멀리 보이는 건물은 고궁박물관이다. 홍콩|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아시아 아트 투어 성지를 꿈꾼다

서카우룽문화지구, 3조 투자 세계 최대 복합문화공간
타이퀀, 근현대사 유장한 자취서 느끼는 예술적 감흥
헤리티지 박물관 이소룡부터 매염방까지 스타들 자취
한때 홍콩은 한국사람들이 선호하는 해외여행지 TOP 5에 꼽히는 곳이었다. 그리 길지 않은 3시간여의 비행시간, 탄탄한 관광 인프라를 바탕으로 미식, 쇼핑, 시티투어 등 한국여행자가 좋아할 아이템들이 풍부했다. 그런데 예기치 않았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한동안 홍콩으로의 여행은 너무 어려웠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리오프닝 상황이 펼쳐지면서 홍콩을 찾는 한국인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그러면 이 시점에서 질문을 던져본다. “우리에게 홍콩은 여전히 예전처럼 매력과 재미를 간직한 여행지인가.”

최근 홍콩관광청의 초청으로 2019년 여름 이후 거의 5년여 만에 다시 홍콩을 방문했다. 새롭게 떠오른 명소나 야심차게 준비하는 대형 이벤트가 있었고, 변화의 격랑에서도 꿋꿋하게 여전한 매력을 고수하는 ‘정겹고 반가운’ 곳들도 있었다.

한국여행자 위한 콘텐츠 개발

인구 730여 만 명, 주변 섬을 포함해 전체면적 1105.6㎡로 겨우 서울 1.8배에 불과하지만, 홍콩은 아시아 관광산업에서 ‘작은 거인’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곳이다.

코로나 이전 2019년에 홍콩을 찾은 인바운드 관광객(해외에서 들어오는 관광객)은 무려 5589만 여명(이하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랩 자료). 아직 관광교류가 완벽하게 정상화되지 않은 지난해도 3400여만 명이나 방문했다.

서카우룽문화지구 야외전시장의 미술작품. 홍콩섬의 전경이 배경처럼 자리해 실내 전시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흥을 준다. 홍콩|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우리나라 관광객만 보면 2023년에 홍콩을 40만2999명이 방문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104만2540명과 비교하면 절반이 좀 안되는 수치다. 항공편이 예전 규모로 정상화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그리 나쁜 수치는 아니다. 실제로 한국을 찾은 홍콩인 관광객 역시 지난해 40만3984명으로 2019년의 58% 수준이다.

사실 이보다 눈여겨 볼 부분은 코로나 팬데믹 직전부터 조짐이 보이던 한국인 홍콩관광객의 감소세다. 한국인 홍콩관광객은 2017년을 정점으로 2018년 143만여 명, 2019년 104만여 명 등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한국인관광객이 홍콩 인바운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순위도 2019년 5위에서 2023년에는 6위로 떨어졌다.

그래서 홍콩관광청은 2019년부터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인관광객을 겨냥한 새로운 관광 콘텐츠를 기획해 추진해 왔다. 그중 하나가 바로 ‘아트 호핑’(art hopping)이다.


● 쇼핑천국서 ‘아시아 아트의 허브’로

흔히 홍콩하면 쇼핑과 미식투어, 도심관광을 떠올린다. 하지만 홍콩의 관광산업은 이미 오래 전부터 미술 분야를 새로운 테마로 전략 육성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아트 축제로 자리잡은 ‘아트 바젤 홍콩’을 중심으로 홍콩을 ‘아시아 아트의 허브’로 인식시키는데 공을 들이고, 이를 통한 관광객 유치도 적극적이다.

‘서카우룽문화지구’(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 WKCD)가 이런 목표를 위해 조성한 신흥 관광지역이다. ‘서카우룽문화지구’는 카우룽 반도의 조던(Jordan)과 야우마테이(Yau Ma Tei) 서쪽 39만6694㎡ 규모의 매립지에 3조 원 가까운 비용을 투입해 조성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복합문화공간이다.

런던의 ‘테이트 모던’을 연상시키는 ‘M+미술관’을 비롯해 다목적 전시장, 콘서트홀, 경극오페라극장, 고궁박물관 등 17개의 공연장과 전시장, 아트파크, 호텔, 쇼핑센터 등을 갖추는 프로젝트다.

서카우룽문화지구 M+미술관의 내부. 6만5000㎡ 규모로 내부전시공간만 1만7000㎡에 달한다. 방대한 규모와 함께 모던한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홍콩|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서카우룽문화지구’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M+미술관‘은 6만5000㎡ 규모로 내부전시공간만 1만7000㎡에 달한다. 건물 외부 7260㎡ 크기의 LED미디어파사드는 시그니처 테마로 밤이면 화려한 야경을 자랑한다. ’M+미술관‘의 전시는 상설전시보다 기획전시가 많은 편이다. 워낙 전시공간이 방대해 기획전시 하나만 돌아보는 데도 꽤 다리품이 든다.

하지만 웅장한 규모와 세련된 인테리어를 빼고 순수하게 전시를 보는 재미만 따진다면 살짝 아쉬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냥 과천 현대미술관을 200% 확대했다는 느낌 정도. 더구나 기획전시 중에는 홍콩의 달라진 정치·사회 상황을 느끼게 하는 이념적 프로파간다를 노골적으로 담은 작품들도 떡 하니 있어 아무 생각없이 전시실에 들어섰다가 꽤 당황했다.

‘M+미술관’ 너머에 웅장한 크기와 세련된 건축미를 자랑하는 건물이 보인다. 고궁박물관(팰리스뮤지엄)이다. 베이징 고궁박물관 유물과 미술품을 전시한다. 오후 늦게 ‘서카우룽문화지구’에 도착해 그곳까지 돌아볼 여유도 없었지만, ‘베이징 고궁박물관의 유물을 왜 홍콩에 와서 봐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어 애써 가볼 의욕은 없었다.

서카우룽문화지구의 아트파크. 약 2km에 달하는 해변에 조성한 공원이자 야외전시장이다. 홍콩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명소라고 한다. 잔디밭에서 한가롭게 피크닉을 지키는 홍콩시민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홍콩|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오히려 여행자에게 서카우룽문화지구의 정체성과 매력을 더 강하게 어필하는 곳은 아트파크다. 약 2km에 달하는 해변에 조성한 공원이자 야외전시장이다. 홍콩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명소라고 한다. 여기서 보는 홍콩섬 고층빌딩의 전경과 빅토리아만의 모습이 기존 야경 명소인 침사추이 스타의 거리서 보는 것과 또 다른 느낌을 준다. 공원에서 전시중인 대형 미술작품에는 홍콩섬의 전경이 배경처럼 자리해 실내 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흥을 준다. 여기에 공원의 푸른 잔디밭에서 작품들과 어우러져 여유롭게 피크닉을 즐기는 홍콩시민의 모습을 보는 것도 여행감성을 한껏 충족시킨다.


● 타이퀀과 헤리티지 박물관

홍콩섬 센트럴 할리우드 로드에 있는 타이퀀(大館). 원래 경찰서와 교도소로 쓰던 옛 중앙경찰청사 건물을 2018년 5월 복합문화 공간으로 변신시킨 후 홍콩을 대표하는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홍콩|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서카우룽문화지구’가 압도적인 규모와 모던한 매력을 앞세웠다면 홍콩섬 센트럴 할리우드 로드에 있는 타이퀀(大館)은 지나온 세월의 자락에 살포시 자리한 예술적인 감성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원래 타이퀀은 경찰서와 교도소로 쓰던 옛 중앙경찰청사 건물이다. 2018년 5월 복합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도심 속 빛바랜 역사유물로 화석화되던 공간과 건물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면서 생명을 불어넣었다. 공식명칭은 타이퀀 문화예술센터(Tai Kwun Centre for Heritage and Arts).

경찰서와 교도소로 쓰던 옛 중앙경찰청사 건물을 개조해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타이퀀. 법원과 죄수들을 수용하던 교도소 사이를 연결하는 구름다리와 고풍스런 건물 모습이 지나온 세월을 말해준다. 홍콩|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전시 행사나 공연 등 다양한 문화 예술 이벤트가 이어지고 관내에 괜찮은 맛집도 있다. 홍콩이 아시아 미술마켓의 중심지가 되었다는 위상을 보여주듯 전시 수준도 꽤 높은 편이다. 관내를 돌아다니면 경찰서와 교도소로 사용했던 예전 역사를 보여주는 여러 흔적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건물 모습에서 풍겨나는 고풍스런 느낌과 건물 사이를 이어주는 구름다리 등 공간 자체 스토리텔링이 풍부하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전시 못지않게 교도소와 경찰서로 쓰였던 흔적을 둘러보는 건물 투어도 재미있다.

카우룽반도의 북동쪽 샤틴은 잘 조성된 아파트 단지와 싱문강, 자전거길, 경마장 등이 있는 우리로 치면 과천과 같은 곳이다. 도시 외곽 고급 주거단지이자 레저지역으로 보이는 이곳에 홍콩 헤리티지 박물관이 있다.

샤틴 헤리티지 박물관 외관에 걸려 있는 이소룡과 매염방 기획전시 현수막. 홍콩 영화와 음악의 전성기를 이끈 두 스타의 모습이 여행객의 마음을 이끈다. 홍콩|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헤리지티 박물관은 홍콩과 인근 남중국 지역의 문화와 예술을 소개하는 12개의 전시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우리나라 여행객의 관심을 끄는 주제라면 홍콩 대중문화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관들이다. 박물관 건물 벽면의 이소룡과 매염방의 기획전시를 소개하는 대형 현수막이 입장하기 전부터 그 시절 향수를 자극한다. 건물 로비로 걸어가면 멋지게 옆차기를 하는 이소룡의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는다. 안으로 들어서면 무협작가 김용의 대표작 ‘의천도룡기’의 주인공 양무기가 보인다.

샤틴 헤리티지 박물관 대중문화 전시실 입구. 우리나라에서 80년대 큰 인기를 모았던 영화 ‘강시선생’의 주인공과 장면들이어서 반가웠다. 홍콩|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홍콩 영화, 음악을 대표했던 스타들의 모습이나 유물들을 정성껏 전시해 아는 작품이나 스타의 모습을 찾아보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번에 방문했을 때는 이소룡과 매염방에 대한 기획전시를 별도 전시관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의아하고 아쉬운 것은 느와르물 이전 홍콩영화의 또 다른 전성기였던 6, 70년대 무협영화의 자료나 전시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당시 홍콩 무협영화의 대부분을 제작한 쇼브라더즈사 작품 중에 눈에 띤 것은 ‘소림36방’ 정도. 안내를 맡은 분에게 물어보니 “자료를 박물관에 제공하지 않았고 저작권 문제가 있어 그럴 것이다”고 하는데 잘 납득은 되지 않는 설명이다.

홍콩 |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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