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한 감독 김태형이 철석같이 믿은 이유…정훈-전준우 깨어나자 롯데도 깨어났다

입력 2024-05-06 16: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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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정훈(왼쪽)·전준우. 스포츠동아DB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는 1군 엔트리를 자주 바꿨다. 3월 개막 엔트리 확정 후 이달 5일까지 44일 동안 등록·말소 횟수만 27차례에 달한다. 그 중 부진해 2군으로 내려간 케이스가 유독 많았다. 김태형 감독은 구승민, 한동희 등 기존 주축선수들은 물론 유강남, 노진혁, 한현희 등 롯데가 모기업으로부터 거금을 투자받고 품은 선수들까지 냉정하게 대했다.

프리에이전트(FA) 계약기간에 있는 선수들 중 칼바람을 맞지 않은 이는 정훈(37)과 전준우(38)뿐이었다. KBO 공식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 기준 승리확률기여합산(WPA) 지표에 따르면, 정훈(-0.17)과 전준우(-0.88)는 그동안 해결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연일 빈타에 허덕이던 롯데 타선에서 정훈(0.294)과 전준우(0.311·이상 3~4월 타율)만큼 치는 선수를 찾기 힘든 게 현실이었다. 김 감독은 “우리는 (전)준우와 (정)훈이가 해줘야 하는 팀”이라며 둘을 주요 타순에 집어넣었다.

다행히 이들 2명이 해결사 노릇을 하자 롯데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0-5로 뒤진 4회초 승리확률이 12.2%에 불과했지만, 이 때 전준우가 솔로홈런으로 신호탄을 쏜 뒤 정훈이 6-6으로 맞선 9회초 46.4%에서 89.3%까지 승리확률을 높이는 결승 2점홈런을 날렸다. 4일에는 3-2로 앞선 7회초 전준우가 주자 2명을 불러들이는 2루타를 쳐 43.9%였던 승리확률을 89.8%까지 끌어올린 뒤 정훈이 쐐기 1타점 2루타를 터트렸다. 결국 롯데는 5연패 후 시즌 첫 3연승의 콧노래를 불렀다.

정훈과 전준우는 팀이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는 리더 역할을 해왔다. 경기장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황성빈, 손호영 등이 물오른 경기력을 뽐내다가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전준우와 정훈이 공백 최소화에 앞장섰다. 정훈은 3루수로 나서기도 했다. 한동안 1루와 외야만 맡았기에 내야 글러브를 끼는 것 자체가 5년 만이었다.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제 몫 이상을 한 것이다. 김 감독이 정훈과 전준우를 철석같이 믿었던 데는 역시 이유가 있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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