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광주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광주 FC와 대전 하나시티즌의 경기에서 광주 허율이 역전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광주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그러나 성장세가 더뎠다. 지난해 이정효 감독(49)의 지휘 아래 K리그1에서 33경기를 뛴 허율은 최전방에서 연계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러나 3골·3도움으로 득점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내심 기대했던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도 무산됐다.
올 시즌 큰 변화를 맞았다. 이 감독은 지난달 스트라이커 허율의 포지션을 센터백으로 과감하게 바꿨다. 시즌 초반 6연패의 원인을 수비진의 ‘높이’라고 판단한 이 감독의 고육지책이었다.
허율은 올 시즌 개막 이후 이 감독과 꾸준히 면담하면서 수비수 전향을 논의했다. 결국 지난달 27일 수원FC와 9라운드 홈경기(1-2 패)에 센터백으로 선발출전했다. 낯선 자리였지만, 빠르게 적응했다. 새로운 포지션을 받아들인 그의 마음가짐과 착실한 훈련 덕분이었다.
6일 광주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광주 FC와 대전 하나시티즌의 경기에서 광주 허율이 역전골을 넣은 후 어시스트를 기록한 가브리엘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광주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10라운드 원정경기에선 후반 31분 교체 투입됐다. 처음에는 스트라이커로 뛰다가 막판에는 센터백으로 내려와 수비에 집중하며 팀의 3-1 승리에 기여했다.
그리고 시즌 마수걸이 골까지 넣었다. 허율은 6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벌어진 대전하나시티즌과 11라운드 홈경기에서 역전 결승골로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후반 37분 피치를 밟은 그는 투입된 지 5분 만에 가브리엘(브라질)의 크로스를 받아 정확한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허율은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포지션에 연연하지 않는다. “처음에 감독님께서 센터백을 제안하셨고, 받아들였다”고 밝힌 그는 “공격도 좋지만, 수비도 할 수 있으면 선수로서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도 아직 공격수로서 ‘골맛’은 잊지 못한다. 대전하나전을 마친 뒤 그는 “수비수로서 상대 슈팅을 막는 희열도 있지만, (오늘처럼) 골을 넣을 때 기분은 잊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홀란의 플레이는 더 이상 보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홀란 경기도 보고 있다. 수비도 생각하고 공격도 고민하다 보니 전보다 머리가 더 복잡하다”며 웃었다. 긍정적 사고와 유연한 태도로 한층 더 위협적인 멀티 플레이어로 성장하고 있는 허율이다.
백현기 스포츠동아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