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홀란 경기는 봐요”…수비수로 변신한 허율, 공격수에 미련 남아도 ‘좋은 선수’가 되는 게 먼저!

입력 2024-05-07 15: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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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광주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광주 FC와 대전 하나시티즌의 경기에서 광주 허율이 역전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광주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광주FC 허율(23)은 K리그 토종 골잡이의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주목받았다. 196㎝의 장신임에도 100m를 12초에 주파하는 스피드와 날카로운 왼발을 지닌 그는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 주포이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엘링 홀란(노르웨이)과 비교되기도 했다. 스스로도 홀란의 플레이를 꾸준히 챙겨보며 성장을 꿈꿨다.

그러나 성장세가 더뎠다. 지난해 이정효 감독(49)의 지휘 아래 K리그1에서 33경기를 뛴 허율은 최전방에서 연계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러나 3골·3도움으로 득점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내심 기대했던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도 무산됐다.

올 시즌 큰 변화를 맞았다. 이 감독은 지난달 스트라이커 허율의 포지션을 센터백으로 과감하게 바꿨다. 시즌 초반 6연패의 원인을 수비진의 ‘높이’라고 판단한 이 감독의 고육지책이었다.

허율은 올 시즌 개막 이후 이 감독과 꾸준히 면담하면서 수비수 전향을 논의했다. 결국 지난달 27일 수원FC와 9라운드 홈경기(1-2 패)에 센터백으로 선발출전했다. 낯선 자리였지만, 빠르게 적응했다. 새로운 포지션을 받아들인 그의 마음가짐과 착실한 훈련 덕분이었다.

6일 광주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광주 FC와 대전 하나시티즌의 경기에서 광주 허율이 역전골을 넣은 후 어시스트를 기록한 가브리엘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광주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10라운드 원정경기에선 후반 31분 교체 투입됐다. 처음에는 스트라이커로 뛰다가 막판에는 센터백으로 내려와 수비에 집중하며 팀의 3-1 승리에 기여했다.

그리고 시즌 마수걸이 골까지 넣었다. 허율은 6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벌어진 대전하나시티즌과 11라운드 홈경기에서 역전 결승골로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후반 37분 피치를 밟은 그는 투입된 지 5분 만에 가브리엘(브라질)의 크로스를 받아 정확한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허율은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포지션에 연연하지 않는다. “처음에 감독님께서 센터백을 제안하셨고, 받아들였다”고 밝힌 그는 “공격도 좋지만, 수비도 할 수 있으면 선수로서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도 아직 공격수로서 ‘골맛’은 잊지 못한다. 대전하나전을 마친 뒤 그는 “수비수로서 상대 슈팅을 막는 희열도 있지만, (오늘처럼) 골을 넣을 때 기분은 잊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홀란의 플레이는 더 이상 보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홀란 경기도 보고 있다. 수비도 생각하고 공격도 고민하다 보니 전보다 머리가 더 복잡하다”며 웃었다. 긍정적 사고와 유연한 태도로 한층 더 위협적인 멀티 플레이어로 성장하고 있는 허율이다.

백현기 스포츠동아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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