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군청 전경. 사진제공 ㅣ 울진군

울진군청 전경. 사진제공 ㅣ 울진군



울진군 행정을 둘러싼 잡음이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이번에는 150억 원 규모의 ‘울진 마린CC 캐디 숙소 건립 사업’이다. 군은 “법적 절차에 따른 적법한 추진”이라 강변하지만, 공공행정의 책임은 단순히 ‘위법 없음’으로 면죄부를 받는 것이 아니다.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은 그 과정의 투명성과 판단의 합리성이 담보될 때 비로소 정당성을 얻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대목은 설계공모 방식이다. 단순 반복 구조인 원룸형 숙박시설에 굳이 상징성과 디자인이 핵심인 공공건축물용 ‘설계공모’를 적용한 배경부터가 석연치 않다. 형식적 요건은 갖췄을지언정, 예산 집행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낙제점에 가깝다.

더 심각한 것은 심사위원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이다. 울진군은 전국 단위 모집 후 엑셀 프로그램을 통한 ‘랜덤 추출’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이 수차례 ‘연습 과정’을 거친 뒤 최종 추출을 했다는 대목에서는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선정된 심사위원 5명 전원이 특정 지역 인사들로 채워졌다. 이를 ‘우연의 일치’라고 해명하는 것은 군민의 상식을 모독하는 처사다. 공정성은 담당자의 양심이 아니라, 의심의 여지를 차단하는 정교한 시스템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부지 선정 과정은 의혹을 넘어 행정 능력의 부재를 자인하는 수준이다. 군은 매화면사무소의 추천을 이유로 들지만, 객관적 지표는 정반대를 가리킨다. 최종 선택된 부지는 후보지 중 면적이 가장 작고 형태도 불리한데도, 토지 보상비는 타 후보지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여기에 기존 건물 철거비까지 추가로 투입됐다.

‘가장 좁고, 가장 나쁜 조건의 땅을, 가장 비싸게’ 매입한 이 역설적인 선택에 대해 울진군은 명확한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주민 추천”이라는 모호한 방패 뒤에 숨기에는 150억 원이라는 혈세의 무게가 너무나 무겁다.

이번 논란이 뼈아픈 이유는 이미 817억 원이 투입된 마린CC 본 사업에서 보여준 고비용 입지 논란과 설계 변경, 공기 지연 등의 전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실패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면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결함이다.

지금 울진군에 필요한 것은 “법대로 했다”는 방어적 해명이 아니다. 사업의 타당성부터 심사 과정의 공정성, 부지 선정의 합리성까지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법의 빈틈을 이용해 절차적 요건만 채우는 ‘행정 기술자’가 아니라, 군민의 세금을 책임 있게 집행하는 ‘행정가’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과한 욕심인가. 울진군 행정의 시계는 지금 거꾸로 흐르고 있다.

울진 ㅣ나영조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나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