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캠핑족’ 등장…그들은 왜 변기 위에서 위로받는가

미국의 Z세대들 사이에서 ‘화장실 캠핑(restroom camping)’이라는 독특한 문화가 퍼지고 있다. 이들에게 화장실은 더 이상 용변을 해결하는 공간만이 아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숨을 고르고, 감정을 정리하고, 조용히 자신을 위로받는다.

틱톡에는 이런 Z세대의 ‘화장실 캠핑족’ 영상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 직장, 집의 화장실에 들어가 멍하니 앉아 있거나, 전자담배를 피우고 음악을 들으며 한참을 보내는 모습이다. 어떤 틱톡커는 자신을 ‘S급 화장실 캠핑러’라 소개하며 “지나치게 자극받을 땐 변기 위에 앉아 마음을 식힌다”고 말했다.

검색창에 ‘화장실 캠핑’을 입력하면, 변기 옆에 담요를 깔고 누워 있는 사람들, 욕실 바닥에 인형을 안고 웅크린 사람들, 심호흡을 반복하며 명상 중인 사람들까지 만나게 된다. 그들은 세면대도, 변기도 사용하지 않는다. 단지 그 공간에 ‘존재’한다.

미국 데일리닷 캡처

한 이용자는 “변기 옆이 내가 가장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는 곳”이라며 “그곳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게 내겐 재충전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틱톡커는 “이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투자 중 하나”라며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을 ‘멘털 디톡스’라 표현했다.

Z세대가 변기 위에 앉아 있는 이유는 휴식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에게 화장실은 세상과 단절된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다. 문을 잠그는 순간, 누구의 간섭도 없이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이 허락된다. 그런 고요 속에서 감정의 먼지를 털어내고, 마음의 리듬을 다시 맞추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조용한 캠핑’의 배경에는 때론 아픈 기억도 숨어 있다. 어릴 적 부모의 싸움, 아버지의 음주, 그리고 잠금장치 하나 없는 방 대신 화장실로 피했던 기억. 그런 이들은 지금도 여전히 변기 위에 앉아 자신을 지키고 있다.

한 틱톡커는 “화장실은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던 유일한 공간이었다”며 “수많은 공황 발작을 밤새 욕실에서 버텼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이는 “부모님이 싸우던 소리를 피해 화장실로 숨었고, 지금도 그때의 습관처럼 거기에 앉아 있다”고 고백했다.

미국 심리학자 신시아 비니는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일수록 샤워실이나 욕실에 오래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행동은 정신 건강의 이상을 나타내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매체 롤링아웃은 “욕실은 유일하게 혼자만의 시간이 보장되는 공간”이라며, 화장실 캠핑을 ‘Z세대가 즐기는 무료 심리 치료’라고 보도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