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크·김승수 의원 “APEC 앞둔 경주, AI가 서울로 잘못 안내…정부 대응 절실”

사진제공ㅣ반크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의원(국민의힘, 대구 북구을)은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생성형 AI에서 나타나는 한국 역사·문화 왜곡 실태의 심각성을 공개하며 2025 APEC 준비 기획단 및 문화체육관광부, 외교부 등 관련 정부기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기태 반크 단장, 권소영·구승현 연구원, 그리고 이정우·김예래·백시은·이세연 청년연구원이 함께 참석했다. 

김승수 의원은 “이제는 포털사이트뿐 아니라 생성형 AI를 통해 정보를 검색하는 시대지만 여전히 AI가 제시하는 결과에는 부정확하거나 왜곡된 내용이 다수 존재한다”며, “특히 한국의 역사와 문화 관련 정보는 심각할 정도로 오류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인들은 AI가 제시하는 결과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는 곧 우리 역사와 문화의 왜곡된 이미지가 세계로 확산하는 문제로 이어진다”며, “이에 반크와 함께 생성형 AI 속 문화유산 왜곡 실태를 조사하고, 정부 차원의 시급한 대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특히 2주 후 개최되는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지 경주를 둘러싼 AI 오류 사례를 공개했다.

반크의 조사에 따르면 구글 AI 제미나이(Gemini)는 석굴암을 실제와 달리 내부 석굴이 사라진 모습으로 표현했으며, 그록(Grok)과 퍼플렉시티(Perplexity)는 첨성대를 실제 형태와 달리 일반 천문대처럼 묘사하고 있었다.

또한 2025 APEC의 상징인 얼굴무늬 수막새 이미지 역시 제미나이·코파일럿(Copilot)·그록 모두 원형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고, 일부 AI는 APEC 개최지를 경주가 아닌 서울로 잘못 안내하는 오류까지 보였다. 

김 의원은 “이러한 오류가 APEC 개최 기간에 세계인이 접하게 된다면 국가 이미지는 물론 지역 정체성에도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AI의 학습 데이터에 정확한 국가유산 정보를 공급하는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유산청 등 관련 기관이 중심이 되어 AI 학습용 공공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구축·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진제공ㅣ반크

AI 왜곡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한 반크 김예래 청년연구원은 “경주의 행정·문화 정보를 생성형 AI에 직접 질의해 오류를 분석한 결과 일부 AI는 APEC 개최지를 서울로 잘못 안내하고, 공연 일정과 장소를 다르게 제공했으며, 관광지 정보를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러한 잘못된 정보는 경주의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이며, 경주는 곧 열릴 APEC을 앞둔 대한민국의 얼굴”이라며, “생성형 AI 기업들은 이러한 오류를 즉시 시정하고, 한국의 공공데이터와 적극 협력하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I 왜곡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한 반크 백시은 청년연구원은 “APEC을 앞두고 경주의 무형유산과 역사 인물을 중심으로 AI 정보를 분석한 결과 다수의 AI가 데이터 부족으로 경주의 국가유산 지정 여부를 잘못 판단하거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제는 2025 APEC KOREA 준비기획단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외교부 등 범정부 부처 모두가 해외에 행사를 단순히 홍보하는 수준을 넘어 다양한 생성형 AI 플랫폼에서 왜곡되고 훼손되는 우리의 역사·주권·정체성을 지켜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AI 왜곡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한 이세연 반크 청년연구원은 “경주의 문화를 AI가 올바르게 반영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경상북도 도민과 경주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자신의 지역을 정확히 이해하고, AI 속 오류를 발견해 바로잡는 시민의 노력이 더해질 때 비로소 우리 문화유산의 진정한 가치가 지켜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APEC 정상회의는 대한민국의 문화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외교 무대인 만큼, AI 왜곡을 시정하는 일은 정부와 전문가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공동 책임”이라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가 모일 때, 우리는 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주권 AI 시대’의 실질적 기반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만약 오늘 공개된 오류처럼 CNN이나 뉴욕타임스가 2025 APEC 개최지를 외국 도시, 혹은 경주가 아닌 서울로 잘못 보도했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정부기관이 즉각 대응에 나섰을 것”이라며, “이제 해외 홍보와 정보 확산의 흐름이 언론을 넘어 AI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ㅣ반크

박 단장은 이어 “세계인의 정보 창구가 전통적인 언론뿐 아니라 생성형 AI 플랫폼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다”며, “이제는 한 국가의 문화와 역사를 규정하는 데 AI의 학습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크는 지난 20여년간 독도를 다케시마,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해외 교과서와 웹사이트의 오류를 바로잡으며 디지털 외교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왔다”며, “이제는 이러한 노력을 AI 시대에 맞게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소영 반크 연구원은 “현재 정부는 ‘소버린 AI’를 통해 한국 자체의 데이터·인프라·인력 기반으로 외부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인공지능을 운영하며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하지만 기술력 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동시에 한국의 역사와 문화, 우리 고유의 정체성을 올바르게 지키고 세계에 바로 알리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따라서 반크는 국가정책제안 및 소통 플랫폼을 활용해 생성형 AI 시대에도 한국의 역사·문화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오류와 왜곡을 시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승현 반크 연구원은 “전 세계가 AI 강국을 목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대부분의 국가는 기술력 확보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은 단순한 기술력 경쟁을 넘어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고 반영하는 콘텐츠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지키면서 세계를 선도하는 AI 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우 반크 청년연구원은 “정부와 민간, 시민이 함께 협력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올바르게 반영하는 ‘책임 있는 AI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해외 생성형 AI 플랫폼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잘못 학습해 왜곡된 정보를 재생산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데이터 제공과 대응 시스템이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