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크-美샌프란·베이 지역 한인회, 전략 세미나 개최

사진제공ㅣ반크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와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 한인회(회장 김한일)가 23일(현지시간) 공동으로 ‘광복 80주년, 미주 한인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주제로 한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미주 한인 독립운동의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려 100년 전 선조들의 독립정신을 되새기며 차세대 한인사회의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로 의미를 더했다.

반크 박기태 단장과 권소영·구승현 연구원은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 한인회(회장 김한일)의 초청으로 미주 독립운동의 현장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LA를 방문해 미주 한인 이민사와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재조명하고, 그 정신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세미나에서 김한일 회장은 “샌프란시스코는 미주 한인 독립운동의 시작점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신이 태동한 상징적인 도시”라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샌프란시스코에는 코리아타운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샌프란시스코 한인 타운 조성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한인사회, 기업, 그리고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미주 곳곳에 세계 곳곳에 한인 타운을 세울 수 있도록 한인들의 힘을 결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회장은 미주 한인사회의 낮은 투표율 문제를 언급하며 “현지 주정부의 지원금 규모가 중국, 베트남 커뮤니티에 비해 현저히 적은 이유가 바로 정치적 영향력 부족에 있다”며 “한인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투표로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지난 40년간 샌프란시스코 한인사회가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10만 달러도 채 되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기에 앞서 현지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확보하고 주류 사회와 신뢰를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일본타운에 설치된 상징물. 사진제공ㅣ반크

반크 박기태 단장은 “세계적인 한류열풍을 일으킨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은 미주 한인 동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한국정부와 국민은 750만 재외동포를 외교적 목적 달성을 위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글로벌 문화, 경제 강국을 위한 정책 설계자로 인식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중국의 화교 네트워크나 이스라엘의 유대인 공동체처럼 우리도 전 세계 750만 재외동포를 한국이 지구촌을 변화시켜 나가는 정책 실행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세계 곳곳에 탄탄한 한인 네트워크가 존재하지만 이를 한국 정부의 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결할 제도적 통로가 부족했다”며 “재외동포 사회가 외교부, 재외동포청에만 의존하기보다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와도 긴밀히 협력해 자생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단장은 “샌프란시스코에 중국과 일본을 홍보하는 기념물은 미국 내 중국과 일본계가 미국 현지 정치 지도자를 움직여 세워졌다. 광복 80주년을 앞둔 지금, 미주 한인사회는 자기 뿌리를 되새기며 세계 속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해야 할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며 “100년 전 독립운동가들이 그러했듯, 이제는 전 세계에 흩어진 한인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김진덕·정경식 재단의 김순란 이사장은 “과거 반크가 샌프란시스코 한인회와 함께 추진한 ‘이대위 주미 명예한국대사 위촉 캠페인’에 미주 한인 6500명이 넘게 참여해 100년 전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되살렸다”며 “앞으로 김종림, 유일한 선생 등 샌프란시스코를 빛낸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도 널리 알려져 이 도시가 미주 독립운동의 중심지로 다시금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반크 권소영 연구원은 “전 세계 각지에서 한인들이 쌓아온 경험과 네트워크는 국가의 외교력과 문화적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이제는 그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 정부 정책과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 연구원은 이어 “반크의 국가정책제안플랫폼 ‘울림’을 통해 샌프란시스코 한인회와 협력하여 한인사회가 직면한 현실적 과제와 미래 전략을 담은 ‘10대 정책’을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크 구승현 연구원은 “세계 각지의 박물관과 미술관, 서점 등에서 한국을 잘못 소개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고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일은 특별한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라, 재외동포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행동들이 모이면 세계 속에서 한국의 문화 정체성과 이미지는 보다 정확하고 당당하게 자리 잡게 된다”며 “그것이 바로 일상에서 발휘되는 민간 외교의 힘”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지 사회 속에서 한국을 올바르게 알리는 일은 우리가 어떤 역사와 문화를 가진 민족인지 세계와 소통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