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출신 모델이자 가수 베라 크라브초바(26)가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돼 살해됐다.

최근 복수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베라 크라브초바는 국제 모델 계약을 위해 태국 방콕에 갔다. 그러나 입국 직후 범죄 집단에게 납치돼 미얀마 국경 지대로 넘겨졌고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가 압수된 채 폭행과 협박을 당하며 사이버 사기 조직에서 강제 노동을 해야 했다.

베라 크라브초바가 끌려간 시설은 미얀마 북부 무법지대에서 중국계 범죄 조직과 현지 군부가 결탁해 운영하는 대규모 불법 사이버 범죄 기지로 알려졌다. 이곳에는 각국에서 납치되거나 속아 넘어온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철조망 안에 감금돼 하루 16시간 이상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고.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목표 수익을 채우지 못하면 폭행, 고문, 장기 적출 협박등을 당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베라 크라브초바는 ‘로맨스 스캠’에 이용 당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정해진 목표 수익을 달성하지 못하자 조직원 중 한 명이 베라 크라브초바 가족에게 직접 연락을 해 “그녀의 시신을 돌려받으려면 약 6억 7000만 원을 보내라”라고 협박했다. 가족이 이를 거부하자 조직은 “시신은 이미 소각됐으니 더이상 찾지 말라”라고 다시 통보를 했다.

실제로 태국과 미얀마, 캄보디아 등 일부 동남아권 국가에서 모델 모집·고가의 수입 등을 미끼로 외국인들을 유인해 불법 온라인 도박이나, 피싱, 스캠 범죄 조직에 돈을 받고 팔아넘기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태국 경찰 역시 공항과 국경 지역의 입출국 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베라 크라브초바 사건과 관련해, 태국 이민국은 “그는 태국에서 어떠한 폭력이나 강압도 당하지 않았고 미얀마로 스스로 출국했다. 이번 사건은 미얀마 국경을 넘은 이후 발생한 일로, 법적 관할권 밖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범죄와의 연관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또 미얀마 현지 경찰은 미얀마-중국 접경 지역에 있는 한 범죄조직 캠프에서 연예인 지망생 등 외국인 여성 수십명이 감금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전효진 동아닷컴 기자 j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