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텔레비전 뉴스 시간에 잠깐 비쳤던 최요삼 선수의 마지막 경기 장면이 우리를 숙연케 했다. 여느 때처럼 2, 3일 지나면 일어나겠지 했던 것이 며칠이 지나면서 뇌사 상태라는 소식이 이어졌다. 연말연시 들뜬 분위기 속에서 별로 큰 기삿거리로 취급되지 않던 최 선수의 짧은 투병은 가족들의 장기기증 결정과 그의 장기를 받은 환자들의 장기이식 수술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부에서도 체육훈장을 수여키로 하는 등 비로소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결국 환자 6명에게 모든 것을 주고 떠난 국민의 챔피언이 됐다. 장기이식 기다리는 환자 1만1513명국립 장기이식관리센터의 통계를 보면 뇌사 이식이 처음 시행된 1979년부터 2007년 말까지 국내에서 기증된 뇌사자는 총 1306명이고 이들에게서 기증받은 고형장기(간장 신장 심장 췌장 폐장 등으로 각막이나 골수는 해당되지 않음)를 이식받은 환자는 모두 3757명이었다. 뇌사 기증자 한 사람이 평균 3개 정도의 장기를 기증한 셈이다. 그러나 2007년 말 현재 고형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말기환자는 1만1513명이고, 월평균 200여 명이 새로 대기자 명단에 오른다. 반면 2007년 한 해 동안 발생한 뇌사 장기기증자는 148명에 그쳤고, 고형장기 이식은 493건이었다. 장기 공급과 수요의 극심한 불균형은 환자와 그 가족에게 고통을 안겨 주고 국가적으로도 과다한 의료비의 지출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이런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장기기증 활성화 운동을 벌이곤 있지만 아직도 눈에 띄는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국민에게 생명나눔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느냐가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이고, 최 선수를 비롯한 많은 뇌사 환자의 장기기증을 헛되지 않게 하는 일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모든 국민이 장기기증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가족 중 뇌사자가 발생했을 때 이번 일을 떠올리면서 장기기증의 가능성을 가족 스스로 제기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뇌사자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떻게 비통에 잠겨 있는 가족에게 장기기증을 언급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평소 국민에게 장기기증의 의미와 방법을 알리는 홍보가 필요하고, 뇌사 상태가 어떤 치료를 통해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가역적인 상태가 아니라 죽음으로 가기 직전의 불가역적 상태임을 이해시켜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최 선수의 경우처럼 언론이 긍정적인 보도를 자주 해 주는 것이 큰 힘이 된다. 그리고 이제는 장기기증을 평소 가족과 함께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기증자에게도 관심과 배려를지난해 9월부터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의사를 표시할 수 있게 법적 조치가 마련됐다. 그러나 이런 면허증의 기증 의사도 남아 있는 가족이 반대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뇌사자가 장기를 기증하면 한꺼번에 5, 6명, 각막 등 조직까지 합치면 8, 9명의 실의에 빠진 환자의 삶을 되살릴 수 있다. 뇌사자 장기기증은 인간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고귀한 생명의 나눔이다. 생명은 사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몸 안의 장기도 매매의 대상이 아니다. 이것은 부모에게서 받은 선물이고, 우리가 타인에게 기증할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최 선수의 경우만 훈장을 수여하고 관심을 보일 것이 아니라 이름 없이 장기를 기증하고 가족의 가슴에 공허함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수많은 다른 기증자 가족에게도 같은 관심을 보이고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조원현 계명대 의대 이식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