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쉴수있도록이젠보내주고싶다”

입력 2008-01-10 11: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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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경기 당일 순천향병원이 아닌 아산병원으로 왔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요.” 한국 복싱의 대부 홍수환(58)은 후배 최요삼(34·숭민체육관)의 최종 뇌사 판정을 믿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는 응급 처치 지연이 뇌사의 주 이유라고 믿고 있었다. 홍수환은 2일 오후 최요삼의 주치의인 서울 아산병원 홍석경 외과 교수가 “최요삼의 뇌사를 최종 확인했다”고 밝히자 “응급 처치가 10~20분만 빨랐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라고 질문했고 “당시 현장에 있지 않아 답변하기 어렵다”고 하자 고개를 숙이며 안타까워했다. 아산병원 서관 중환자실 앞에서 최종 뇌사 판정 소식을 전해들은 어머니 오순희씨(65) 등 가족은 친척과 지인들을 부둥켜안으며 오열을 쏟아내 복도는 순식간에 눈물 바다가 됐다. 어머니 오순희씨는 “불쌍한 아들이 고생만 하다 갔다. 다음 세상에서는 편한 곳으로 갔으면…” 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요삼의 동생 최경호씨는 “희망도 있었고, 좌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형을 보내주고 싶다”며 “형은 권투를 위해 살았고 권투를 위해 죽었다. 형이 자랑스럽다”며 말했다. 아마추어 시절 최요삼과 함께 글러브를 꼈던 지인진(35)도 “내가 격투기로 전향한 뒤에도 다시 만나 침체한 복싱발전을 위해 ‘같이 힘내자’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못했다. 이름 모를 팬의 응원도 중환자실 앞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팬은 중환자실 안내데스크에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집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맡기며 “꼭 부탁합니다. 깨어나셔서 나와 술 한잔합시다”라는 메모를 남겼다. 〈김종력기자〉 - 경향신문이 만드는 生生스포츠! 스포츠칸, 구독신청 (http://smile.khan.co.kr) -ⓒ 스포츠칸 & 경향닷컴(http://sports.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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