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많은모험가,하늘오르다

입력 2008-01-12 14: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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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에베레스트 첫 등정 힐러리 경 89세로 타계 《“모험은 평범한 능력을 지닌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내가 그렇다. 꿈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8850m)를 인류 최초로 등정한 뉴질랜드 탐험가 에드먼드 힐러리 경이 1999년 자서전 ‘정상으로부터의 조망(View from the summit)’에 쓴 문구다. ‘보통 사람들’에게 항상 꿈을 강조했던 고산등반의 선구자 힐러리 경이 11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병원에서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향년 89세.》 ○ 정상에 국기 묻어 뉴질랜드 영웅으로 이날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는 직접 힐러리 경의 타계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클라크 총리는 “힐러리 경은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올랐을 뿐만 아니라 결단력과 겸손, 관용의 삶을 산 영웅이었다”고 칭송했다.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힐러리 경은 1953년 5월 29일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1986년 작고)와 함께 에베레스트 정상에 섰다. 당시 34세였다. 존 헌트가 이끄는 영국 에베레스트 원정대에서 그는 정상 공격조가 아니었다. 영국 대원들이 정상 공격에 2차례 실패한 뒤에야 그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힐러리 경은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정상에서 영국 대원들 몰래 가슴에 넣어두었던 뉴질랜드 국기를 꺼내 묻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는 뉴질랜드의 국가적 영웅이 됐다. 뉴질랜드는 1982년 5달러 지폐에 힐러리 경의 초상화를 넣었다. 그는 고산등반에 늦깎이로 입문했다. 31세였던 1950년 스위스 융프라우에 간 것이 첫 해외등반이었다. 몸 상태도 정상적이지 않았다. 뉴질랜드 공군에 복무하던 1944년 배 폭발 사고로 전신의 40%에 화상을 입고 전역했다. 힐러리 경은 고산등반 이외에도 트랙터로 남극 탐험에 나섰고 인도 갠지스 강을 제트보트로 거슬러 올라가는 등 다양한 탐험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1967년 ‘히말라야 트러스트’라는 재단을 만든 뒤 네팔을 120여 차례 방문하며 학교와 병원 등을 지어 주는 사업에 매진했다. 재산은 재혼한 부인과 함께 사는 오클랜드의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2층집이 전부였지만 매년 25만 달러 이상의 기부금을 모아 셰르파 족을 돕는 데 썼다. 그의 첫 부인과 딸은 1975년 히말라야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졌다. ○ 재산은 작은 2층집이 전부 그는 2004년 2월 남극점 탐험을 마치고 돌아오던 한국의 대표적 탐험가 박영석(45·골드윈코리아 이사) 씨 일행과 동아일보 취재진을 오클랜드 자택에서 만났다. 그는 “탐험가는 체력도 중요하지만 경륜도 무시할 수 없다. 계속 정진하기 바란다”고 박 씨를 격려했다. 힐러리 경과 박 씨는 지난해 가을까지 매년 1, 2차례 만남을 가져 왔다. 박 씨는 11일 “뉴질랜드에 사는 지인에게서 부고를 전해 들었다”며 “항상 희망찬 모습을 보여준 정신적 지주와 같은 분이었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힐러리 경의 장례식은 뉴질랜드 국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관계자들은 포르투갈에 체류 중인 외아들 피터 힐러리(54) 씨가 12일 뉴질랜드로 돌아온 뒤 가족회의를 걸쳐 장례일자를 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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