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혁“이젠후배들에게관심쏟아졌으면”

입력 2008-01-25 09: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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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말고 이제는 후배들에게 관심이 쏟아져야 하는데….” 전화를 통해 전해 오는 이규혁(30·서울시청·사진)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자신에 대한 아쉬움이 아닌 후배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그는 21일 네덜란드서 막을 내린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와 함께 문준(26·성남시청)은 종합 3위, 이강석(23·의정부시청)은 종합 10위를 차지했다. 다음 달 열릴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노르웨이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는 그는 인터넷서 대회 관련 기사를 보면서 후배들의 활약이 부각되지 못한 것을 느꼈다. 그는 “(이)강석이와 (문)준이 등 훌륭한 후배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도 있다. 커 가는 후배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더 쏟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 ‘3인방’의 선의의 경쟁으로 한국은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금이면 준이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대들보가 돼 있어야 하는데 많이 아쉽다. 이번 대회에서도 너무 긴장한 탓에 첫날 실수를 했다”며 후배 자랑을 했다. 이번 대회 첫날 선수들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 그는 ‘김관규 감독의 부재’를 꼽았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워밍업 시간에 다른 선수와 부딪혀 넘어지면서 뇌진탕 증세를 보여 그날 경기장에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선수들도 당황하며 제대로 된 기량을 내지 못한 것. 다행히 김 감독은 다음 날 정상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나이에 대한 주위 걱정에 그는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는 “제러미 워더스푼(32·캐나다), 얀 보스(33·네덜란드) 등 정상급 선수들도 나보다 나이가 많다. 37세에 금메달을 딴 선수들이 있는 만큼 나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체력 유지 비결은 바로 식습관 변화. 그는 예전에는 육식을 즐겼지만 몇 년 전부터는 책을 보며 공부해 채식 위주로 식단을 짜며 신경을 쓰고 있다. 스케이트화를 17년 동안 신은 그는 스케이트를 떠난 삶을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는 “아직 선수로 뛰면서 보여 줄 것이 많다. 이후에 코치로 올림픽에 도전해 금메달을 따는 것도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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