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는우리가족모두의‘밥’이죠”

입력 2008-01-26 10: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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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각 가장’ LIG손보 2년차 엄창섭 체육관 전등 끄기는 거의 그의 몫이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문을 닫고 돌아서는 그의 등 뒤로 경비 아저씨가 “내가 이놈 때문에 야근한다니까. 정말 독한 놈이야”라며 핀잔 아닌 핀잔을 했다. 프로배구 LIG손해보험의 2년차 레프트 엄창섭(24·사진). 그는 첫 프로리그인 2006∼2007 시즌 19경기에서 31득점을 기록했다. 무릎 부상을 당한 이번 시즌에는 팀 내 리시브 3위, 서브 3위 등 화려하지는 않지만 성실한 플레이로 박기원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그는 팀 내에서 ‘연습벌레’로 통한다. 실제로 그는 동료 선수들이 모두 참가하는 오전, 오후 훈련이 끝난 뒤에도 어김없이 개인 훈련을 한다. 남들에게는 배구가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그에게 배구는 ‘생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혼인 그는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이다. 그는 “형은 신용불량자가 돼서 부모님을 포함해 제가 전 가족을 책임져야 합니다. 제가 이렇게 열심히 하지 않으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받는 연봉의 80%는 가족에게 돌아간다. 그는 또래의 젊은이들처럼 가끔 좋은 옷도 사고 싶고 친구를 만나서 밥 한 끼도 사고 싶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부모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을 접곤 한다. 이번 시즌은 그에게 순탄치만은 않다. ‘거물 신인’ 김요한이 입단했기에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 그는 “(김)요한이와의 주전 경쟁은 나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을 할 수 있는 지금 상황이 나에게는 행복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손기은(25·중앙대 경영학과 4)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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