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올스타전‘졸속행사’되풀이

입력 2008-03-05 10: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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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LG 김재박 감독은 지난해 특별한 경험을 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사당역까지 전철을 타고 가면서 박용택 봉중근 등 선수들과 함께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며 홈경기를 홍보했다. 행사를 자원한 김 감독은 “좁은 공간에 한정된 시간이었지만 많은 분이 와서 놀랐다. 다들 매우 좋아하셨다”며 흐뭇해했다. 김 감독 일행이 전철에 머문 시간은 불과 15분 정도였지만 LG 프런트는 서울메트로와 3개월 동안 경호, 안전, 동선 등을 면밀히 검토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행사 직전까지 4차례 시뮬레이션과 행사요원 교육도 반복했다. 지난 주말 프로농구 올스타전에 앞서 지하철 사인회가 열렸지만 야구 홍보 때와는 너무 달랐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서울메트로에 2월 초 행사 의사를 통보한 뒤 20일 가까이 이렇다 할 협의를 하지 않았다. 이런 무관심에 서울메트로는 행사가 취소된 줄 알았을 정도. 졸속 준비 끝에 열린 사인회가 제대로 이뤄질 리 없었다. 게다가 농구 행사는 두 군데 지하철 노선에서 동시에 펼쳐져 더 많은 준비가 필요했는데도…. 결국 사당역에서 종합운동장역까지 진행된 행사에서 이상민(삼성)을 비롯한 스타들을 보려고 몰려든 팬들과 지하철 승객이 한데 뒤엉켜 큰 혼란이 발생했다. 시민들의 안전사고가 우려되면서 예정된 스케줄은 취소됐다. 이상민은 큰 불편을 겪은 일부 시민에게 “뭐하는 짓이냐. 빨리 지하철에서 내려라”는 면박까지 당했다. 지하철 소동뿐 아니라 이번 올스타전은 식사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선수들은 허기를 참아야 했고 라커룸에선 추위에 떨었다. 선수들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경기 후 사인회도 선수들에게 제대로 통보되지 않아 일부 선수들만 남아서 수백 명에게 사인을 해주느라 애를 먹었다. 이번에 5100만 원의 입장 수익을 챙긴 KBL은 해마다 올스타전이 끝나고 평가 보고서를 작성하지만 이런 문제점은 되풀이되고 있다. “올스타 선수는 프로농구의 중요한 자산이다. 앞으로 보완하겠다”는 KBL 관계자의 말은 공허하게만 들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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