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애프터]김경문두산감독

입력 2008-03-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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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떠나던 날 돌연 감독직 제의 #2003년 10월 10일, 김경문 감독이 두산의 제7대 사령탑으로 취임한 날이다. 당시 김 감독의 취임은 예상외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두산이 일본 주니치에서 지도자 연수중이던 선동열(현 삼성 감독)을 차기 감독으로 내정하고 물밑협상을 벌이자 9년째 장기집권하던 전임 김인식 감독이 전격사퇴를 선언했다. 은사인 김인식 감독이 등 떠밀리듯 물러나자 배터리코치 김경문도 새 보금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돌연 두산과 선동열의 감독직 협상이 틀어졌다. 다급해진 두산은 황급히 대안 마련에 나섰다. 김경문과 팀내의 또 다른 코치 A를 놓고 두산 프런트는 10월 9일 밤샘 회의를 거듭한 끝에 김경문을 낙점했고, 이튿날 서둘러 보도자료를 뿌린 뒤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경부선을 타려다 주저앉은 김경문은 간담회에서 스스로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초보 사령탑의 포부를 밝혔다. 후일담이지만 A코치는 채 두 시즌을 못버티고 타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매서운 눈초리… “너 딱 걸렸어” #2008년 3월 18일, 6승1패로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 관문을 통과한 김경문 감독이 귀국한지 사흘째다. 인터뷰 약속시간은 오전 10시30분. 그러나 김 감독은 “선수들의 수비훈련 모습을 좀더 지켜보고 싶다”고 양해를 구한 뒤 유심히 선수들을 관찰했다. 팀을 비운 시간이 길었던 만큼 선수들의 발놀림과 ‘글러브질’을 바라보는 그의 눈초리는 매섭기까지 했다. 김 감독의 딴청(?)이 길어지자 조바심이 난 구단 관계자는 옛날이야기 한편을 풀었다. “우리 감독님은 필딩(수비훈련)을 중시하세요. 예전에 이런 일도 있었어요. 주전이던 한 선수가 경기 전날 과음을 했어요. 그 선수는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도 티를 내지 않으려고 눈에 잔뜩 힘을 주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날도 필딩을 유심히 지켜보신 감독님이 경기 전 선발라인업을 정하면서 그 선수를 빼셨어요. 그리고는 2군으로 내려보내셨죠. ” 김경문 감독의 냉철한 지도력, 달라진 위상에 금세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재우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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