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삼성·두산·SK‘3강’견제구

입력 2008-03-25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겉으론 웃지만 뼈있는 한마디가 건네지는 자리, ‘2008삼성PAVV프로야구 미디어데이’(25일·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의 풍경이었다. 시즌 개막을 불과 나흘 앞두고 마련된 자리인 만큼 각팀 사령탑과 대표선수들은 겨우내 용을 쓰며 갈고닦은 팀 전력과 개인기량을 선보이기에 앞서 올시즌 포부와 각오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첫 포문은 8개 구단 감독들이 열었다. 각자 시즌 포부를 밝히는 평이한 시간이 지나고 ‘4강으로 어떤 팀들을 예상하느냐’, ‘꼭 이기고 싶은 팀은 어디냐’라는 공통질문이 던져지자 8인8색으로 갈릴 듯했던 답변은 노장과 소장으로 비교적 뚜렷하게 양분됐다. 지난해 우승팀 SK와 준우승팀 두산, ‘영원한 우승후보’ 삼성을 3강으로 꼽는데 대개 일치된 시각을 보인 감독들은 그러나 나머지 4강 한자리를 놓고 동상이몽의 속내를 밝혔다. 또 ‘꼭 이기고 싶은 팀’을 지목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신구간의 근본적인 시각차를 노출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선동열 삼성 감독, 곧바로 마이크를 넘겨받은 김경문 두산 감독은 약속이나 한 듯이 SK를 찍었다. 후배들의 기세등등한 발언을 들은 김인식 한화 감독이 “붙어봐야 안다. 다 이기고 싶다”고 비켜가자 4번째로 답변에 나선 김성근 SK 감독 역시 “딱히 없다”고 무덤덤하게 넘어갔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5번째 답변자였던 이광환 우리 감독은 “막내팀이 어딜 이기고 싶다고 언급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고 운을 뗀 뒤 작심한 듯 “공개석상에서 그런 얘기는 예의가 아닌데, 요즘 우리 야구계에는 예의가 사라졌다”는 강도 높은 발언을 토해냈다. 그러나 이어 답변에 나선 김재박 LG 감독과 조범현 KIA 감독은 60대 선배 감독의 질책성 발언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들으라는 듯이 “SK를 가장 이기고 싶다”고 밝혔다. 물론 이광환 감독이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힌 SK와 김성근 감독을 옹호하려던 의도가 아니었음은 곧 확인됐다. 감독 인터뷰 후 잠시 행사장을 빠져나온 이 감독은 “재작년에 WBC 때를 봐라. 일본팀의 오사다하루(왕정치) 감독은 대회가 끝나고 일본대표팀 주축을 이뤘던 지바롯데 선수들에게 깍듯이 인사를 했다”며 “우리도 이런 건 배워야하지 않겠는가. 올림픽 예선에서 돌아온 우리팀 선수들을 보면 나도 화가 난다. 후배들을 찍어서 나무라는 게 아니다. 그저 야구계 전체 풍토에서 아쉬운 점을 지적한 것 뿐이다”고 말했다. 8개 구단 감독들은 모두 야구를 하는 동업자이자 끈끈한 선·후배 관계로 엮여있다. 서로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미디어데이와 같은 행사에서만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는 분명 아닐 것이다. 시즌 중이라도 허심탄회하게 야구 발전이라는 대전제 하에 선의의 경쟁뿐 아니라 생산적인 의견 정도는 교환할 수 있었으면 한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