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보다팬!”SK의아름다운원칙

입력 2008-03-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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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보다 팬.’ 프로야구 공식 개막전(SK-LG)이 열린 29일 인천 문학구장. 당초 시구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발표됐으나 오전까지 범상찮은 움직임이 있었다. 경호 요원으로 추정되는 다수의 인력이 오전 11시까지만 해도 구장 주변에서 다수 눈에 띄었다. 짐작대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홈팀 SK와의 공조 하에 이명박 대통령의 개막전 시구를 극비리에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궂은 날씨와 보안상 우려를 감안해 대통령이 오지 않고, 예고대로 유 장관이 시구를 하기로 최종 낙착됐다. 만약 이 대통령의 시구가 성사됐다면 1982년(동대문구장) 프로 원년의 전두환 전 대통령, 1995년의 김영삼(잠실구장) 대통령에 이어 13년만이자 현직 대통령의 역대 3번째 개막전 시구가 될 수 있었다. 사안의 비중을 감안해 어떻게든 대통령 시구를 성사시키고 싶었던 KBO 고위 관계자는 SK에 “개막전을 하루 늦출 수 없겠느냐”란 의사까지 타진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SK는 “이 정도 비로 경기를 순연시키면 팬들이 납득하겠는가”라며 예상을 깨고, 경기 강행 의사를 보였다. 또 SK의 원칙에 수긍한 KBO는 “개막전을 강행하겠다”라고 청와대의 양해를 구했고, 이해를 얻었다고 한다. 빗속 경기 강행으로 SK는 대통령의 시구란 명예와 최소 1만 5000명 가량의 팬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문학구장 최대 수용인원이 3만 명 이상인 SK는 개막전 만원관중을 예상했으나 악천후로 1만 1000여명 선에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이런 부담 속에서도 SK는 ‘이 빗속을 뚫고 경기장을 찾아온 팬을 저버릴 수 없다’란 팬 퍼스트 원칙을 고수했다. 대통령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변화다. SK나 대통령이나 ‘공급자(구단, 선수)보다 수요자(팬, 고객, 국민) 위주 마인드’란 공통분모를 형성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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