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준스포츠에세이] EPL진출신중해야

입력 2008-03-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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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전 김두현 최성국 김정우 조재진 등 많은 선수들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문을 노크했다. 하지만 입성에 성공을 거둔 선수는 김두현 하나 밖에 없다.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테스트를 받은 후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국내 시즌이 시작됐지만 경기장에서 만난 선수들 중 몇몇 국가대표급 선수들은 아직도 가슴에 EPL 불씨를 살려놓고, 마켓이 활짝 열리는 여름 시장을 대비해 칼을 갈고 있다. 이런 EPL 러시는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등에 자극을 받은 바 크다. 이들에 대해서도 주전과 경기력에 대한 여러 가지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지만, EPL 3인방의 존재는 늘 축구 선수들에게 실현 가능한 꿈으로의 EPL을 상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무턱대고 EPL에 도전장을 던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무모한 짓일 수 있다. 우선 현실적으로 세계 최고의 리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EPL에 처음부터 안착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이름을 올린다 하더라도 이동국처럼 상당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실리를 따져 보더라도 그렇다. 영국은 세금이 40%를 넘나 들 정도로 높다. 실제 한국에서 5억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영국에 간다면 물가를 감안해서 세금 포함 연봉을 10억원 넘게 받아야 비슷한 생활이 유지된다. 또한 테스트의 경우, 낙점을 받지 못하면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이런 후유증으로 조재진 김정우 등이 아직까지도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 이적 시장에서 유일하게 영국에 둥지를 튼 김두현도 챔피언십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출전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EPL은 약속의 땅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혹독한 시련의 땅일 수 있다. 이런 오류를 막기 위해선 우선 충격 완충이 필요하다. 이미 기존에 있던 EPL 3인방의 과정을 살펴보면 이들의 단계적인 EPL 진출과정을 잘 알 수 있다. 모두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한 단계 숨고르기를 한 후 도버 해협을 건너간 선수들이다. 스페인에서 실패한 이천수도 네덜란드 리그에서 조심스럽게 한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지만 과거 실패의 그늘이 아직도 걷히지 않고 있다. 그만큼 첫 선택이 중요함을 인식시켜 주는 것이다. 선수들의 성급한 EPL 짝사랑과 여기에 편승한 에이전트들의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식의 EPL 도전기는 중지돼야 한다. 더욱이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선수들이 한 나라의 리그에서 무더기로 테스트를 받는다는 것은 2002년 월드컵으로 한층 고양된 ‘대한민국 축구’의 브랜드 파워를 형편없이 깎아먹는 행위이다. 가슴에 EPL 희망을 품고 있는 선수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여유가 기회를 만든다고 한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우회적인 계획을 세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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