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그남자,선동열이달라졌다

입력 2008-04-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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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승행진에팀전력탄탄…장시간취재에도상냥
선동열 삼성 감독이 달라졌다. 잠실구장 3루측 덕아웃의 선 감독은 요즘 기자들이 와도 피하지 않는다. 낯가림이 심한 편인 선 감독이지만 1∼2일 LG전을 앞두고 이틀 내리 1시간 넘게 선 채로, 웃는 낯으로 질문에 일일이 응대하고 있다. 선 감독은 자기 팀인 삼성 사정은 물론, 일본프로야구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주니치 시절의 경험을 살려 진구구장과 고시엔구장의 스피드건 차이, 임창용의 호투 비결, 요미우리의 뜻밖 연패 이유와 이승엽의 중압감에 대해 달변을 과시했다. 심지어 주니치 입단 첫해 고생담까지 털어놨다. 예년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변화다. 마음에 안 드는 질문이 나오면 면박주기 일쑤였고, 아예 훈련 관찰을 핑계로 필드에 서 있는 경우도 있었다. 1등 만을 지향하는 삼성의 수장으로서 느끼는 심리적 부담 탓이라 해석되기도 했지만 우승을 두 차례나 해내자 아쉬울 것 없어서 저러는 것 아니냐는 시각으로도 비쳤다. 일각에선 ‘감독=왕’인 일본야구 스타일에 선 감독이 함몰되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있었다. 이랬던 선 감독의 극적인 변화는 앞서 미디어데이부터 포착됐다. 지난해 라이벌팀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말할 수 없다”라고 일축, 성의없다는 빈축을 들었던 선 감독은 이번엔 이례적으로 “우승팀인 SK”라며 상세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이어 시즌 들어와서 3연승에 성공하자 여유는 한결 더해진 듯하다. 선 감독의 말을 유추해보면 그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로 역설적이지만 삼성이 지난해 4등을 했다는 대목이다. 즉, 3등 이상만 해도 작년보단 잘 했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는 위치다. 또 하나는 삼성의 전력이 지난해에 비해 훨씬 탄탄해졌다는 점이다. 특히 선 감독이 중시하는 투수진과 수비력이 동시에 두꺼워져 선 감독을 낙관주의자로 변모시켰다. 삼성 감독 5년 임기의 4년차를 맞는 민감한 시기에 선 감독은 일단 부드러움을 택했다. 배경이야 어찌됐든 삼성 감독의 미디어 프렌들리 마인드는 야구팬들에게도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잠실=김영준 기자 z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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