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비즈니스]“올림픽후원후‘삼성가치’5배뛰었다”

입력 2008-04-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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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맡고 있는 역할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글로벌미디어를 총괄하고 있다. 둘째는, 삼성의 스폰서십 책임자이다. 특히 스포츠 스폰서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세계 스폰서십 규모는 38조원 정도인데, 그 중 90% 이상이 스포츠 스폰서십이다. 월드와이드 스포츠마케팅의 책임자라고 보면 된다. 아울러, 대외 협력관계 책임자이다. 미디어, 학계, 국제기구, 정부 등 대외 관계가 필요한 곳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 올림픽하면 삼성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올림픽을 통해 삼성 브랜드 가치가 얼마나 증가했나. “처음 삼성이 후원업체가 된 1998년 나가노올림픽 때 삼성 브랜드 가치는 32억달러였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 이후에는 161억달러로 늘어났다. 5배 정도가 증가한 셈이다. 물론 올림픽 만으로 이런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고, 광고나 스포츠마케팅, PR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내 이룬 성과이다. 무엇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최고의 브랜드 만을 선호한다. IOC라는 브랜드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쓰는 단체인데, 거기에 후원 업체가 됐다는 자체가 브랜드 가치의 상승을 가져왔다고 보면 된다.” - 삼성이 올림픽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삼성이란 브랜드를 세계 일류 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다. 국가적 경제 위기와 회사의 재무상황 또한 좋지 않았던 시기에 ‘연구개발’과 ‘스포츠홍보’ 분야 투자를 결정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1997년 당시 후원사 경쟁에서 모토로라 라는 큰 기업을 제치고 공식 후원사가 된 것이 현재 세계 2위 휴대폰 브랜드의 초석이 되었고, 이러한 장기적 관점의 전략이 앞으로 세계 톱 휴대폰 브랜드가 되고자 하는 삼성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올림픽 하면 떠오르는 것은 성화봉송이다. 2004아테네올림픽 성화봉송은 올림픽 역사상 첫 전세계 성화봉송이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 성화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나. “성화봉송 후원은 TOP 후원사 중에서도, 삼성과 코카콜라와 같은 소수의 글로벌 브랜드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서, ‘올림픽 = 삼성’의 이미지를 전세계에 각인시키는 기회다. 삼성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부터 성화봉송 공식 후원사로 참가해 아테네올림픽(1100여명), 토리노올림픽(1900여명) 등 전세계 3000명의 주자를 직접 선발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송은 3월24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돼 4월1일 북경 출발, 알마티(카자흐스탄)부터 국제구간이 시작되고, 5월4일부터 하이난도를 시작으로 중국내 구간을 도는 대장정에 오르게 된다. 이 기간 중 삼성전자는 총 1500여명의 주자를 선발해 전 세계의 평화와 인류애의 메시지 전달에 앞장서게 된다.” - 1일 성화가 채화되고 본격적인 봉송길에 올랐다. 그런데 스타급 선수들의 베이징올림픽불참 선언, 성화 봉송 저지 시위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성화 봉송을 주관하는 삼성 입장에서는 안타까울텐데. “정치적인 이슈에 민간 기업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관여해서도 안된다고 본다. 우리는 오직 IOC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할 것이다. 또한, 올림픽 패밀리들과 공동 보조를 맞출 것이다.” - 올림픽 홍보대사는 누가 맡나. “아테네올림픽에서는 호주 육상 스타 ‘캐시 프리먼’이 활약했고, 토리노올림픽에서는 이탈리아 스키 영웅 ‘알베르토 톰바’가 홍보대사로 임명됐다. 베이징올림픽 홍보대사는 모두 3명이다. 중국의 체조 영웅 리우슈안이 스포츠 분야, 한국 가수 비가 문화예술 분야의 홍보대사이다. 또 환경 분야에도 홍보대사를 임명할 예정이다. 특히 한류스타인 비는 올림픽 테마송과 올림픽 관련 뮤직 비디오를 찍고 있다. 5월3일 전세계에 공개될 것이다. - 올림픽은 ‘총성없는 마케팅 전쟁’이라고 하는데, 최일선에서 뛰는 주역으로서 느끼는 보람과 애환이 있다면. “전세계 주요 도시에서 삼성 깃발을 흔들며 성화봉송 주자를 응원하는 현지인들과 삼성의 로고가 선명한 유니폼을 입고 활짝 웃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드는 팬들을 볼 때면 정말 자랑스럽다. 길게는 10년 이상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한 후원 홍보활동을 통해 지역내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되고, 매출 성과로 입증될 때면 무한한 보람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해외 교포나 관광객들이 한국 브랜드를 보고 자부심을 느꼈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하지만 각 분야 경쟁사들이 앰부쉬 마케팅을 벌이는 와중에 공식 후원 기업으로서의 권리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것이 어려운 점이다.” - 정말 바쁘다고 들었다.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쪼개서 활용하나. “삼성의 스포츠 후원은 전세계 현지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중국에서 올림픽 준비를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영국에서 같은 날 런던 올림픽 세미나에 참석한다. 휴일이나 24시간의 개념 없이 비행기 안에서 잠을 청하는 경우가 많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이다. ‘인구 100만명도 되지 않는 카타르에서 열리는 대회에 투자해서 뭘 남기겠다는 것이냐’는 충고를 많이 들었다. 시장이 좁아 고민을 많이 했다. 이왕 하기로 한 마당에 전략을 크게 가져갔다. 타깃을 카타르에만 국한시키기 않고 중동과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안게임에 관심이 높은 중국 등으로 넓게 잡았다. 아시안게임은 올림픽과 달리 경기장내 브랜드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공략했다. 조직위원회 건물 전체를 래핑 광고로 씌웠다. 좁은 도시에 별달리 볼 것 없는 상황에서 기자들이 와서는 삼성의 래핑 광고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무릎을 쳤다. 생각지도 않은 엄청난 성과가 나온 것이다. 중국은 물론 중화권에서 매출이 80% 까지 늘었다. LCD TV는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였다. 1000여명 정도 대거 몰린 중국기자들은 “카타르에는 중국과 삼성만 있었다(중국기자들과 삼성 브랜드를 의미)며 카타르에 투자하지 않은 중국 기업들을 비꼬기도 했다고 들었다.” Before & After 당초 ‘스포츠 프런티어’ 면의 주인공으로 권계현 상무 만한 인물이 없다고 판단해 부서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은 했지만, 섭외가 쉽지 않았다. 여러 경로로 인터뷰 요청을 넣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곤란하다’ 였다. 현재 삼성그룹의 여건도 그렇고, 권 상무의 일정도 맞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 하지만 올해가 올림픽이 치러지는 해이고, ‘올림픽 하면 삼성’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마당에 그냥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진짜 삼성의 올림픽 프로젝트가 무엇인지를 듣고 싶었고, 스폰서십을 총괄하는 권 상무의 일상도 엿보고 싶었다. 몇차례 시도 끝에 인터뷰에 응한다는 승낙은 받았지만, 이번에는 일정 잡는데 애를 먹었다. 1년에 200일 이상 출장 다니는 권 상무 인지라 비어있는 날이 없었던 까닭이다. 우여곡절 끝에 인터뷰를 했는데, 날짜를 따져보니 처음 인터뷰 요청을 한 지 3주만에 이뤄진 것이었다. 그런데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그와의 인터뷰는 정말 유쾌, 상쾌, 통쾌했다. 그의 이력을 보면 스포츠와는 영 딴판이지만, 업무를 맡은 지 3년만에 스포츠 스폰서십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모든 것을 꿰차고 있었다. 게다가 엄청난 달변. 막힘없는 그의 언변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메모하는 기자의 손가락이 정말 쉴 새 없었다. 올림픽 뿐 아니라 삼성의 글로벌 업무를 총괄하는 그의 머릿속에는 얼마나 많은 데이터가 입력되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무튼 삼성과 올림픽에 관해 많은 공부를 한 인터뷰였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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