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꺼풀수술한네가가라”팬사인회떠밀기

입력 2008-04-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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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나가세요.” “에이, 무슨 소리야. 아우가 나가.” 6일 두산전을 앞둔 문학구장 SK 덕아웃에는 선수들끼리 뭔가를 양보하느라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처음 보기에는 마치 ‘형님 먼저, 아우 먼저’를 외치는 ‘7080’ 시대의 라면 광고 카피가 떠오를 정도로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내용을 들어보니 형제간의 우애를 다룬 그 광고와는 정반대였다. 서로 하기 싫어 뭔가를 열심히 상대에게 떠밀고 있었기 때문이다. SK는 홈경기마다 투수와 타자를 각 1명씩 선정해 관중석 출입구 앞에서 팬 사인회를 열고 있는데 이날 투수 쪽에서는 이미 김광현이 낙점된 상태였다. SK 타자들 사이에서 김광현은 기피인물. 팬들이 모두 김광현 쪽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같은 날 사인회에 나섰던 타자들은 모두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고 한다. 다시 한번 굴욕을 당하고 싶지 않았을 터. 이날 타자 중 최종후보로 압축된 최정과 정근우는 송태일 매니저 앞에서 서로 갖가지 이유를 대며 발을 빼려고 했다. 이 와중에서 정근우가 최정에게 “너 작년에 쌍꺼풀 수술까지 했잖아”라며 최정을 떠밀었다. 주위에 폭소가 터졌다. 그러자 최정은 “난 쌍꺼풀 수술이 잘못돼서 팬들이 다 떠났어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다시 한번 폭소. 말싸움에서 진 정근우가 결국 사인회에 나서야했다. 정근우는 송 매니저의 손에 이끌려 나가면서 그래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지 “나도 작년 결혼하고 유부남 되니까 그나마 있던 팬들도 안 온단 말이야”라며 고함을 쳤다. 문학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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