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유승민“어머니얘기써주세요”

입력 2008-04-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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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오셨는데 넉넉하게 이야기 나눠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유승민 010-5220-XXXX)” 3월 25일. 카타르 오픈에서 돌아온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유승민은 2008 KRA컵 SBS 챔피언전 선수 대표 선서를 위해 안산 감골 체육관을 찾았다. 슬럼프에 대한 오해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예상보다 인터뷰가 길어졌다. 소속팀 일정을 따라야 했다. 유승민은 황급히 버스에 올랐다. 2시간 뒤 사려 깊은 문자메시지가 왔다. 영화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 같은 천재를 생각한 것은 큰 오산이었다. 굴곡 많은 탁구 인생을 토해낼 때마다 살리에르의 질투심이 녹아내렸다. 효심도 지극하다. “나보다는 고생하신 부모님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2004년 올림픽 때 강화도 집이 전국으로 생중계됐다. 어머니는 “스카우트 파동 때 보는 것도, 듣는 것도 싫어 한적한 곳으로 이사했다”고 털어놓았다. 유승민의 부모님은 현재 안산에 거주한다. 집 근처에서 경기가 있었지만 아들과 몇 마디 나누어보지도 못하고 작별이다. “1년에 집에 들어오는 것은 3-4번 정도”란다. 이틀 뒤 유승민은 8강에서 최현진(29·대우증권)에게 패했다. 첫 마디는 “(최)현진이 형도 잘하는 선수다”는 것. 경기 초반 3-1로 앞서다가 5,6,7세트를 내리 내줬다. 캐물었더니 “사실 시차적응 문제 때문에 어제는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유승민은 올림픽 시드 배정을 위한 세계랭킹 관리 때문에 강행군을 소화하고 있다. 영화 한 편 볼 여유는 있냐고 했더니 얼마 전 ‘추격자’를 봤단다. “재미는 있지만 약간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유승민은 상쾌한 결말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 베이징에서도 그 성격 그대로 되길. 안산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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